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상대의 자물쇠 같은 시프트까지 뚫었다. 놀라운 4출루 활약이었다.
김현수는 2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의 캠든야즈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경기에 팀의 2번타자(좌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그리고 5타수 3안타 1볼넷으로 무려 네 번이나 출루했다. 시즌 타율은 3할8푼2리로 올라갔다.
첫 세 타석 동안 그는 한 번도 빠짐없이 출루했다. 1회말 우전안타로 포문을 연 그는 2회말 땅에 한 번 튀고 가운데 펜스를 넘기는 2루타로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3회말에 볼넷을 얻어 3이닝이 지나기 전에 세 번 출루에 성공했다. 볼티모어는 마운드가 무너지고도 김현수의 활약을 앞세워 13-9로 승리했다.

그의 세 번째 안타는 7회말에 나왔다. 선두타자로 나온 그는 불펜투수로 보직이 바뀐 클레이 벅홀츠를 상대로 초구 커브를 골라낸 뒤 2구째에 들어온 같은 공을 공략해 우전안타를 치며 1루를 밟았다. 보스턴의 내야 시프트를 뚫는 안타였다.
이 타구가 나올 때 유격수 잰더 보가츠는 2루와 1루 사이에 위치했다. 그리고 2루수 더스틴 페드로이아는 보가츠와 1루 베이스 사이 깊은 곳에 섰다. 타구가 우측으로 갈 경우 보가츠가 1차로 타구를 잡기 위해 움직이고, 그를 지나치더라도 그 뒤에 있는 페드로이아가 이동하며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된 시프트였다.
그러나 약간의 차이로 보가츠의 글러브를 피해낸 공은 페드로이아가 쫓아가지도 못할 정도로 빠르게 우익수에게로 향했다. 조금만 느렸다면 둘 중 한 명에게는 확실히 잡힐 수 있는 타구였지만, 바깥쪽 코스의 커브를 당겼음에도 충분히 빠른 속도로 내야를 통과해냈다.
일반적으로 시프트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 첫 번째는 당겨 치는 성향이 있는 선수(보통 좌타자)의 우측방면 안타성 타구를 아웃카운트로 연결하기 위함이고, 야수들을 한 곳에 집중 배치해 반대편으로 쳐야 한다는 부담을 타자에게 줘 타격 밸런스가 무너지게 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보스턴은 김현수를 상대로 무엇도 얻을 수 없었다. 의식하지 않은 김현수는 자신만의 타격 리듬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벅홀츠를 공략했고, 촘촘하게 짜인 그물에도 걸리지 않았다. 일부러 타이밍을 늦춰 좌측으로 타구를 보내며 타격 밸런스가 흔들리는 것도 방지했고, 타율도 끌어올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