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코리아가 결혼 및 육아 때문에 휴직했던 여성이 다시 사회로 복귀하고 싶어하는 소위 '경력단절 여성(경단녀)'을 위한 프로그램을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SAP코리아는 2일 강남구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전 세계 SAP 지사 중 한국에서 최초로 실시하는 '백투워크(Back-to-Work) 프로그램'을 발표, 경단녀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백투워크 프로그램'은 잠시 육아 등의 사유로 휴직을 했다가, 다시 사회로 복귀를 꿈꾸는 여성인력에게 경력 개발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SAP코리아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이날 발표회에 나선 신은영 SAP코리아 최고운영책임자(COO)겸 부사장은 '백투워크 프로그램'의 도입 취지에 대해 "지금 회사에 다니는 여성들이 어떻게 하면 경력을 단절시키지 않고 육아와 일을 할 수 있을지 회사 내 제도를 많이 생각했다"면서 "이번 발표 후에도 계속 피드백을 받으면서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SAP는 어떻게 하면 좋은 세상을 만들까 하는 큰 그림을 그리려 한다. 그런 큰 비전을 가지고 많은 것을 움직인다"고 밝혔다.
신 부사장은 통계청을 인용해 "국내는 경력단절 여성 수가 205만명에 이르고 세계 성 격차지수가 145개 나라 중 115위에 불과하다. 기업 임원은 남성이 여성에 13배이고 경력단절 여성 중 25%가 10~20년 휴직 중이다. 경력단절 이유는 37%가 결혼이고 30%가 육아, 24%가 임신·출산 때문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SAP코리아는 재택근무, 모바일 워크 및 탄력근무가 가능한 유연근무제, 한 자녀 당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매달 육아장려 보조금을 최대 30만 원을 지원하고, 법적 출산 휴가 포함 최대 120일의 출산 휴가 기간을 연장하는 등 출산 및 육아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SAP코리아는 이에 그치지 않고 경단녀를 위한 '백투워크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경력단절 여성들이 자신의 전문 및 관심 분야에서 업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탄력적인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SAP코리아에 따르면 심사를 통해 선발된 참가자들은 각자의 역량과 경험에 적합한 프로젝트에 배치된다. 육아 중인 여성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해 유연 근무제도를 적극 지원한다. 업무 기간은 최장 6개월이며, 참가자들은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현장 및 재택 근무가 가능하다.
SAP 코리아는 참가자에게 적정 보수와 함께 멘토링 등 사회 복귀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한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이후 개인의 업무 성과와 내부 수요에 따라 채용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형원준 SAP코리아 대표는 실제 '경단녀'를 경험하고 있거나 경험했던 패널과의 자유 토론에서 "나야말로 전형적인 한국 남성이었다"고 반성한 뒤 "법과 제도를 만들면 뭐하나. 기업이 실천을 해야 한다. 더 이상 정부 제도, 여자의 문제로 풀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기를 낳게 강요할 수 없다. 우리 나라 출산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기업이 출산과 육아의 문제를 국가의 존폐 문제로 인식해 일과 육아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제는 기업이 책임의식을 갖고 풀어야 할 때다. 작으나마 SAP코리아가 기업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를 마련하려 한다"고 백투워크 프로그램의 목표를 역설했다.
형 대표는 "경단녀의 복직을 위해서는 우선 정보를 효율적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 그 이면에는 의식의 문제를 깨야 한다. 과거 근면과 성실만으로 일하던 잣대를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의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SAP이 이를 프로세서화 해서 좀더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할 수 있도록 만들 생각"이라며 "SAP솔루션은 전 세계 모든 거래의 76%가 거칠 정도로 플랫폼으로 자리굳혔다. 500억 명에게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해서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패널 중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김수경 씨는 "경단녀는 우선 경력자다. 남녀가 공통된 것이겠지만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가 깊고 관련 인맥, 정보, 노하우 등 단시간에 살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체득한 강한 인내심과 책임감은 경단녀만의 장점이라 할 만하다. 회사에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는 직원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경단녀의 장점을 강조했다.
또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사회에 복귀한 김재은 씨는 "아이와 함께 하는 충만감이 있었지만 간절함 같은 것이 생긴다. 다시 일하기 시작하면서 출근하는 기쁨을 느꼈다.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즐겁다. 그런 열정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는 효과가 있다. 또 복귀를 준비하면서 관련 업계 트렌드 조사를 많이 준비하게 된다. 자기개발, 지식습득과 함께 주위 채널이 풍성해진 만큼 생생한 여론과 정보를 청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letmeout@osen.co.kr
[사진] SAP코리아 형원준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가 '경단녀'들과 격의 없는 토론에 나서고 있다. 왼쪽부터 한송이 SAP코리아 이사, 김수경, 김재은 씨. 아래는 신은영 SAP코리아 COO겸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