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이어 윤규진·장민재까지 호투
이태양과 외국인 투수 한 자리 변수
한화가 시즌 시작부터 최하위로 추락한 건 선발진 붕괴가 결정적 이유다. 김성근 감독은 "나라고 왜 선발야구를 하고 싶지 않겠나. 선발투수가 1회부터 볼넷을 남발하는 상황에선 어쩔 수 없다"고 답답해했다. 확실한 선발투수가 있다면 선발야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화는 최근 들어 조금씩 선발 로테이션의 틀이 잡히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역시 에스밀 로저스가 있다. 팔꿈치 통증 탓에 지난달 중순 뒤늦게 시즌 개막을 맞이한 로저스는 점차 에이스 면모를 되찾고 있다. 무엇보다 5경기 평균 7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로 불펜의 부담을 확실히 덜어주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전 롯데전에는 9이닝 127구 2실점 완투승을 거뒀다.
로저스뿐만이 아니다. 토종 투수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윤규진은 선발 전환 후 3경기 중 2경기에서 5이닝을 3실점-2실점으로 막았다. 최소 5이닝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김성근 감독은 "어깨 수술을 했기 때문에 더 길게 던지는 건 쉽지 않다. 던질 수 있는 구종도 4개는 있어야 한다"며 아직 붙박이 선발 고정은 하지 않았지만 안정감은 생겼다.
여기에 선발·구원을 오가는 스윙맨 장민재가 인상적인 투구로 로테이션 진입에 청신호를 켰다. 2일 대전 SK전에서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 투구로 5년 만에 승리투수가 된 것이다. 올해 한화 토종 투수가 7이닝을 던진 건 장민재가 처음이다. 김성근 감독도 "장민재가 잘 던졌다. 자신감 붙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기대했다.
송은범도 김성근 감독의 까다로운 기준으로 인해 교체 타이밍이 빠른 편이지만, 최근 몇 년을 통틀어 가장 안정감 있는 투구를 하고 있다. 6⅔이닝 투구가 두 번 있었고, 팀 내 유일한 규정이닝 투수이기도 하다. 목에 담 증세로 로테이션을 한 번 건너 뛴 것을 빼면 개막 때부터 선발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로저스-윤규진-장민재-송은범까지 4자리는 어느 정도 잡혔지만 남은 한 자리가 변수다. 팔꿈치 인대접합수술 후 1년 만에 돌아온 이태양이 7경기 4패 평균자책점 8.46으로 아직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다. 최근 2경기 4이닝 10실점으로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경기 거듭할수록 구위 하락이 뚜렷하다.
외국인 투수가 한 자리를 채워주면 선발 로테이션도 완벽하게 맞춰질 수 있다. 지난달 13일 2군에 내려간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2군에서 2경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김성근 감독은 "마에스트리는 허리가 아프다고 한다. 회복되면 쓸 것이다"고 한 번 더 기회를 줄 의사를 내비쳤다. 이미 외국인선수 담당자가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당장 영입을 완료하기가 쉽지 않아 마에스트리가 한시적이라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 5인 선발 로테이션이 완성되면 불펜진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 /waw@osen.co.kr
[사진] 로저스-윤규진-장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