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노동자 스타일, 스페인은 예술가와 같은 축구".
축구 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짚었다. 한국은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스페인과 친선경기에서 1-6으로 대패했다. 한국이 6실점을 허용한 것은 1996년 12월 이란과 대결 이후 20년 만이다.
참패다. 경기를 지켜본 이들은 대부분 실망했다. 경기 결과는 물론 내용, 그리고 추격 의지를 잃은 선수들의 정신적인 면까지 실망스러웠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을 빌어 참패는 자신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수들이 기술적으로 발전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기본기가 돼 있지 않은 선수들이 스페인과 경쟁에서 밀리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2일 체코 프라하의 대표팀 숙소 힐튼 프라하에서 취재진과 만난 슈틸리케 감독은 다시 한 번 기존의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스페인은 국제축구연맹(FIFA) 6위에 올랐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해도 이상하지 않다. 스페인을 상대하면서 많은 것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경기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 할 것 같다. 우린 많은 것이 부족하다. 그래서 그 수준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성인 축구가 아닌 유소년 축구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외국에서는 마커스 래쉬포드(1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같이 어린 선수들이 프로에서 경쟁을 하지만 한국은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팀보다 대학교에 대부분 진학해 또래와 경쟁하는데 그친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 대표팀의 선수 중 대학에 진학한 선수가 몇이나 있을 것 같나. 스페인은 물론 독일, 잉글랜드 등 강팀은 선수들이 만 18세에 성인 무대에 데뷔한다. 그들은 20~30대와 매일 부딪히고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며 자신의 힘으로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슈틸리케 감독은 성인 대표팀이 바뀌기 위해서는 "혁명이 일어날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큰 변화가 있어야 한다. 어린 선수들 지도 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한국 축구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지 못했다. 그는 "스페인전을 보면 한국은 많이 뛰고 열심히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노동자 스타일의 축구를 한다. 반면 스페인은 즐겁고 예술가와 같은 축구를 한다"며 한국과 스페인의 축구가 정반대에 있음을 암시했다.
한국 축구는 슈틸리케 감독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공을 점유하면서 공격적으로 하는 축구에 더 높은 점수를 추고 싶다. 그게 내 축구 철학이다"고 말했다. 스페인이 슈틸리케 감독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셈. 그러나 기술이 부족한 한국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다다를 수 없는 지향점을 바꾸는 것은 가능할까. 슈틸리케 감독은 구체적인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팀이라면 내 축구 철학대로 가는 것이 희망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2015 아시안컵 호주와 조별리그서 수비적인 경기를 했던 점을 상기시키며 여지를 남겼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프라하(체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