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수건 사건 해명..."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
OSEN 허종호 기자
발행 2016.06.03 06: 29

"난 대표팀의 선수다. 그러면서 대표팀의 팬이기도 하다. 난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손흥민(토트넘)만 그랬을까. 지난 1일(이하 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열린 스페인과 친선경기는 경기에 뛴 한국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한국은 세계적인 강호 스페인을 만나 속절없이 무너져 1-6으로 무릎을 꿇었다.
모든 선수가 고개를 숙였다. 단순한 패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이 가진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물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의지까지 없었다. 한국은 연속골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선발로 투입됐던 손흥민은 "스페인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우리가 안 좋은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감독님께서 자신의 탓이라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경기장에서 뛰는 건 선수다. 선수들 각자가 잘못한 것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은 차라리 엎질러진 물 크게 엎질러진 것이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만, 0-1 혹은 0-2로 지는 것보다 크게 한 번 지고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선수들이 잘 반성하고 분위기 전화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말처럼 경솔할 수도 있는 발언이다. 그러나 쉽게 던진 말은 아니다. 경험에서 나온 발언이다. 손흥민은 대패의 경험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바이에른 뮌헨에 당한 패배다. 손흥민은 2013년 3월 함부르크 시절 바이에른 뮌헨 원정에서 2-9로 패배했다. 손흥민은 대패의 충격을 자양분으로 삼아 성장했다.
한국 축구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충격의 데미지는 경기에서 뛴 선수들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후반 들어 교체된 손흥민은 벤치에 돌아온 뒤 수건을 집어 던졌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무엇 때문인지 모를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승부욕이 강한 선수로, 자신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에 분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코 슈틸리케 감독이 자신을 일찌감치 벤치로 불러들여 불만을 터트린 것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이 바로 옆에 있는 상황에서 불만을 표출할 정도로 손흥민은 경솔하지 않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해명을 해야했다. 그를 향한 비난이 어느 때보다 매우 컸기 때문이다. 스페인에 농락당하는 듯한 느낌을 그라운드에서 직접 느낀 손흥민의 감정은 비난을 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난 대표팀의 선수다. 그러면서 대표팀의 팬이기도 하다. 내 경기력을 많이 생각한다. 그런 것을 밖으로 표현한 것이 경솔하다면, 잘못했다고 인지하고 사과해야 한다"며 "하지만 난 우리 팀이 더 좋은 팀이고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해명 아닌 해명에도 그를 향한 비난은 분명 존재할 것이다. 스페인전의 대패 영향이다. 결국 손흥민은 물론 한국은 스페인전 패배로 침체된 분위기와 여론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은 최선을 다해 체코전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들도 스페인전을 기대한 것이 사실이다"고 강조한 손흥민은 "경기장에서 잘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라 매번 잘할 수 있다고 약속하기 힘들다. 그러나 국가를 대표하는 만큼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portsher@osen.co.kr
[사진] 프라하(체코),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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