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술에 배부르랴.
김기태 KIA 감독은 지난 주중 LG와의 잠실 원정 3연전에서 파격에 가까운 용병술을 보였다. 고졸신인들을 포함해 젊은 선수들을 대거 라인업에 올린 것이다. 외야수 이진영과 최원준, 투수 정동현 등 19살 고졸트리오였다. 아울러 군에서 제대한 포수 한승택(22)도 3연전 내내 마스크를 썼다. 2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운집한 가운데 데뷔전을 치르면서 실수도 했지만 잠재력도 동시에 드러냈다.
이진영은 3경기 내내 우익수 겸 9번타자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넣었다. 성적은 12타수 무안타. 그러나 2개의 득점과 1개의 도루가 있었다. 2차전에서는 안타를 날릴 수 있었지만 1루루자 이범호의 발에 맞는 바람에 첫 안타가 날아났다. 타격은 힘에 부쳤으나 빠른 발을 이용한 수비력은 안정감을 주었다.

정동현은 3차전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했다. 3이닝동안 2피안타 2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의 호투였다. 팀이 1-9로 크게 뒤진 가운데 마운드에 올라 제몫을 했다. 스피드는 140km에 미치지 못했지만 볼을 감추는 투구폼에 안정된 제구력까지 늠름한 좌완투수의 역할을 했다. 변화구 구사력도 돋보였다.
최원준은 1차전은 대주자로 나섰고 2차전은 벤치에서 대기했으나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3차전에서 김호령이 사구 후유증으로 휴식하자 대신 중견수 겸 톱타자로 선발출전했다. 첫 타석에서 류제국의 직구를 노려쳐 우월 2루타를 날렸고 득점까지 올렸다. 그러나 나머지 세 타석은 삼진과 범타로 물러났다. 변화구에 눌렸다. 중견수로는 치명적인 실수도 했다.
한승택은 한화시절인 2013년 24경기에 뛴 이후 3년만에 1군 마스크를 썼다. 그것도 3연전 내내 선발포수로 나섰다. 경찰청 제대후 퓨처스리그 23경기에서 뛰었다. 갑자기 1군에 올라와 마스크를 썼는데도 전반적으로 무난한 수비력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직은 상대타자들의 습성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지만 향후 1군의 주축 포수로 활약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주었다.

김기태 감독이 새 얼굴들을 부르면 곧바로 선발출전 시킨다. 3차전에서는 3명의 고졸신인과 한승택까지 4명이 동시에 뛰는 파격기용을 했다. 이들이 뛴 3경기에서 1승1무1패를 기록했다. 활력을 불어 넣으며 잘했지만 실수도 있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KIA의 내일이 밝아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한 3연전이었다. /sunny@osen.co.kr
[사진]투구하는 정동현(위)과 데뷔 첫 안타 공을 건네받는 최원준(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