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人] ‘이적 첫 승’ 고원준, 슬라이더-완급조절의 조화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6.03 21: 15

 갑작스레 선발로 등판하게 된 고원준(26, 두산 베어스)이 호투로 팀을 살렸다. 자신의 이적 첫 승도 함께 따라왔다.
고원준은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했다. 더스틴 니퍼트가 등 근육 담 증세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없었고, 대신 올라온 고원준은 앞으로를 더 기대하게 만드는 호투로 이적 후 첫 경기에서 승리를 따냈다. 시즌 1승 1패.
첫 이닝은 순조로웠다.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130km대 후반에서 오갔지만, 슬라이더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커브로 타이밍을 빼앗는 피칭도 돋보였다. 1회초 그는 박재상과, 이명기, 최정을 모두 범타 처리하고 이닝을 마쳤다.

2회초에는 선두 정의윤을 중전안타로 출루시켰지만 2루 도루를 시도하던 그를 잡아낸 뒤 박정권과 이재원을 각각 헛스윙 삼진, 3루 땅볼로 처리했다. 3회초 1사에는 최승준의 볼넷과 김성현의 우전안타에 처음으로 득점권 위기를 맞이했으나 박재상을 2루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3개를 채웠다.
다음 이닝에는 탄탄한 내, 외야 수비의 도움을 받아 비교적 잘 맞은 타구들을 모두 범타로 만들며 삼자범퇴를 해냈지만, 5회초에는 첫 실점이 나왔다. 선두 박정권과 이재원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헥터 고메즈와 최승준을 각각 볼넷,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낸 뒤 김성현의 중전적시타에 1실점했다. 그러나 박재상을 2루 땅볼 유도해 추가 실점 없이 승리 요건을 채웠다.
다소 급하게 선발로 나온 터라 한계 투구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다. 김태형 감독도 “많아야 80~90개다”라고 했을 정도로 긴 이닝을 소화하기는 어려웠지만, 고원준은 제 몫을 다하며 5이닝을 채웠다. 두산 벤치는 5이닝을 책임진 고원준의 투구 수가 76개일 때 끊어줬다. 남은 부분은 윤명준-정재훈-이현승을 활용해 끝냈다. 그리고 팀의 4-1 승리 속에 그의 첫 승도 완성됐다.
포심 패스트볼의 최고 구속은 142km였지만, 140km를 상회하는 공은 그리 많지 않았다. 76구 중 포심은 22개에 불과했고, 투심(15개)까지 합해도 빠른 공보다 변화구가 많았을 정도로 그는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특히 각이 좋았던 슬라이더가 헛스윙과 범타를 유도하는 장면이 자주 눈에 띄었다.
하지만 경험을 통한 완급조절 능력과 두산의 탄탄한 내, 외야 수비, 투수에게 유리한 드넓은 잠실구장이라는 요소까지 결합되자 SK 타자들은 고원준을 쉽게 공략하지 못했다. 140km대 중반 이상의 강속구를 갖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나가는 과정에서 보여준 호투이기도 하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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