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 감독의 생각은 선발-셋업맨 사이
선발 로테이션 구멍 생기면 대체 1순위
고원준(26, 두산 베어스)이 새 팀에서의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첫 경기는 선발이었지만, 임시였기에 향후 활용법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고원준은 지난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했다. 더스틴 니퍼트의 등 근육 담 증세로 인해 갑작스럽게 선발 등판한 그는 팀이 바라던 피칭을 선보이며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승리까지 수확했다.
포수 박세혁과의 호흡도 좋았다. 상무 입대 동기인 둘은 배터리 호흡을 자주 맞췄다. 고원준이 우측 토미존 수술을 받은 뒤에는 어려웠지만, 상무에서의 첫 해였던 2014년에는 고원준이 선발로 던지고 박세혁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이 많았다. 슬라이더가 좋은 것을 알고 구사율을 높여 빠른 공에 강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 SK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은 것도 박세혁의 아이디어였다.
넥센과 롯데를 거치며 고원준은 선발과 불펜을 모두 경험했다. 3일 경기에서 최고 구속은 142km였고, 140km를 넘는 공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1군 경험이 풍부해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특히 좌완보다 우완이 귀한 두산에서는 더욱 그렇다.
두산의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가 돌아와 정상적으로 로테이션이 돌아간다는 가정 하에 고원준의 자리도 정해뒀다. 지난 3일 경기 전 만난 김 감독은 “정상적이라면 고원준은 롱릴리프보다는 셋업맨 앞에서 (진)야곱이 처럼 쓸 것이다. 불펜에서 던지다가 가끔씩 선발에 문제가 생기면 선발로도 던질 수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풀어 설명하면 고원준은 앞으로 정재훈-이현승으로 이어지는 두산의 필승조가 등장하기 전까지 선발투수의 뒤를 책임지는 투수로 쓰인다. 그러다 갑작스런 대체 선발이 필요할 때는 선발로도 등판 가능하다. 당초 5일 잠실 SK전에 선발로 던질 예정이었으나 니퍼트의 몸 상태로 인해 첫 출전이 이틀 당겨졌을 뿐, 용도는 비슷하다.
구속 향상에 대한 희망은 있다. 한용덕 코치는 “일단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체크는 더 해봐야겠지만 70~80% 정도라고 생각한다”고 간단히 말했다. 고원준 자신도 3일 경기 후 “구속은 더 나올 수도 있다. 2~3km만 더 나와도 괜찮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고, 공을 받은 박세혁도 “롯데에서 몸이 안 좋았다고 하던데 괜찮아지면 더 좋은 공을 던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동의했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고원준은 “150km가 나온다고 안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제구에 신경을 쓸 것이다”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두산의 고위 관계자 역시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아는 투수기 때문에 140km가 안 되는 공으로도 타자들을 잡아낼 수는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편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선발이나 불펜 중 고정된 위치에서 던지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 김 감독은 “그것까지 생각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올해 던지는 것을 봐야 한다”라고만 말했다. 올해가 지나고 선발진이 어떻게 구성되는지, 불펜에서는 어떤 자리가 약점인지 등을 모두 따져봐야 고원준의 중, 장기적인 보직을 결정할 수 있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