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 허준혁 성공 후 정재훈 복귀
고원준까지 가세해 '롯데파' 결성
수년 전 롯데 자이언츠는 두산 베어스 출신 투수들을 여럿 활용해 재미를 봤다. 지금은 그 반대다. 수많은 ‘롯데파’들이 두산 마운드를 책임지고 있다. 장원준, 허준혁 등에 이어 다음 주자는 새로 합류한 고원준(26)이다.

첫 2차 드래프트 때 롯데로 간 사이드암 김성배는 양승호 감독 체제였던 2012년 3승 4패 2세이브 14홀드, 평균자책점 3.21을 올려 '양떼불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듬해에는 2승 4패 31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뒷문까지 책임졌다. FA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김승회는 지금은 SK에 가 있지만 2014년 1승 2패 20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3.05로 롯데 불펜을 지켰다.
FA로 두산에 이적한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선택한 정재훈은 큰 활약을 하지 못하고 다시 친정으로 돌아갔지만, 좋은 기억이 있는 롯데는 최근 다시 한 번 두산 투수를 데려왔다. 지금은 고원준과의 1:1 트레이드로 영입한 노경은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성배, 김승회가 차례로 역투했을 때는 두산도 배가 아팠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롯데의 부러움을 살 정도로 롯데에 몸담았던 투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저마다 자기 몫을 해주며 1군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를 잡았고,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고원준도 두산 선수로 훌륭하게 신고식을 마쳤다.
우선 장원준은 이제 두산을 대표하는 선발투수 중 하나다. 지난해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로 또 한 번 꾸준한 시즌을 보낸 그는 포스트시즌 맹활약으로 우승까지 이끌었고, 올해도 10경기에서 7승 2패, 평균자책점 3.73으로 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다. 아직 두산에서 2번째 시즌에 불과하지만, 벌써부터 모범적인 FA 사례로 꼽힌다.
두산의 2차 드래프트 최대 성공작인 허준혁도 빼놓을 수 없다. 중간에 SK를 거치기는 했지만 데뷔한 팀이 롯데다. 두산에 오기 전 좌완 스페셜리스트였던 그는 지난해 선발 전업에 성공했고, 올해 시즌 중 5선발 자리를 꿰차며 3승 2패, 평균자책점 3.89를 기록하고 있다. 1승만 더 거두면 자신의 한 시즌 최다 승수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정재훈은 이 범주에 넣기엔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의 성격이 강하지만, 그래도 롯데에서 건너온 것은 사실이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에 복귀하고 첫 시즌인 올해 그는 27경기에서 3패 16홀드, 평균자책점 2.08로 두산의 불펜을 지키며 홀드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팀 내 최고 베테랑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34⅔이닝을 소화하며 팀이 기대한 것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 고원준이 가세했다. 트레이드가 결정되고 불과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선발로 나서게 된 그는 3일 잠실 SK전에서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 호투하며 새 팀에서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롯데가 트레이드를 한 것은 고원준보다 노경은이 즉시 전력으로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인데, 일단은 고원준이 먼저 보여줬다. /nick@osen.co.kr
[사진] OSEN DB,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