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플래툰 제한된 기회에 맹타
시거, "보통 선수와 다른 대타 활약"
시애틀 매리너스 이대호(34)는 아직 완전한 주전이 아니다. 아담 린드와 플래툰 시스템으로 좌완 투수가 선발로 나오는 날에야 선발 1루수로 출전한다. 이 같은 시스템은 지금껏 변함없었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분위기다.

하지만 이대호는 제한된 기회에도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해 보이고 있다. 풀타임 주전이 아니라도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경기에서 선발 제외됐지만, 6회 대타 스리런 홈런 3타수 3안타 4타점 2득점으로 최고 활약을 했다.
이날 경기 후 'MLB.com'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이대호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탔다. 6회 이대호의 홈런으로 역전의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봤고, 7회 대량 득점이 이어졌다"고 칭찬했다. 선발이 아니라도 경기 흐름을 한순간 바꿀 수 있는 선수가 바로 특급 대타 이대호인 것이다.
팀 동료인 내야수 카일 시거도 이대호에게 놀라움을 표했다. 시거는 "대타로 그 정도 활약을 하다니 믿기지 안는다"며 "이대호의 타구는 확실히 소리부터 다르다. 보고 있으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선발이 아닌 대타 출전으로 3안타를 쳤다. 보통의 선수라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고 거듭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시거는 지난달 31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전을 마친 뒤에도 "이대호는 인상적인 선수다. 이곳에 오자마자 대단한 홈런들을 쳤다. 주전이 아니지만 꾸준히 좋은 활약을 한다"고 칭찬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시거는 1루 베이스에서 주자로 이대호의 대타 스리런포를 목격했고, 또 한 번 그의 매력에 빠졌다.
시거의 말대로 이대호는 주전이 아닌 플래툰으로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지만 출전 대비 활약은 팀 내 최고 수준이다. 35경기 중 선발은 19경기뿐이지만, 교체로 나온 16경기에서 20타수 7안타 타율 3할5푼 3홈런 9타점 OPS 1.182로 가공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대타로도 14타수 4안타 타율 2할8푼6리 2홈런 7타점 1볼넷 OPS 1.048로 높은성공률을 자랑한다.
실제로 이대호는 팬들이 구단 트위터를 통해 투표로 선정하는 자체 수훈선수(POG·Player of the Game)에도 벌써 6번 뽑혔다. 간판타자 로빈슨 카노와 함께 팀 내 최다 수훈선수 선정으로 그만큼 제한된 기회에서 결정적 활약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시애틀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waw@os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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