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기 감독, 김동엽-정영일에 냉정한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04 11: 59

“아직 자신들만의 야구를 하고 있다”
보통 2군 지도자들은 소속 2군 선수들에 대한 후한 평가를 내리기 마련이다. 고생하는 선수들이 1군에서 좀 더 빛을 발하길 바란다. 그래서 가끔은 ‘뻥튀기’도 있다. 김경기 SK 퓨처스팀(2군) 감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유독 쓴소리를 하는 선수들이 있다. 미국 생활을 접고 올해 나란히 SK의 실제 전력으로 가세한 우완 정영일(28)과 거포 기대주 김동엽(26)이 그들이다.
두 선수의 선천적인 야구 재질은 이미 인정을 받는다. 정영일은 150㎞에 근접하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 김동엽은 힘 하나만 놓고 보면 SK 팀 내 타자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어린 시절의 미국의 주목을 괜히 받은 것은 아니다. SK 입단 당시에도 적잖은 화제를 모았다. 올해 플로리다, 오키나와 전지훈련도 완주하며 1군 코칭스태프의 집중 테스트도 거쳤다.

그럼에도 아직 1군 무대의 벽을 깨뜨리지는 못하고 있다. 정영일은 7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지만 확실한 합격점을 받지는 못했다. 김동엽은 딱 1경기에 나가 2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다시 2군에 내려왔다. 물론 SK 퓨처스팀(2군)에서도 1군에 가장 가까운 선수들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그럴까. 이들을 지켜보는 김경기 감독은 그럴수록 더 냉정하게 선수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김동엽의 성적은 표면적으로 좋다. 김동엽은 2일까지 퓨처스리그 34경기에서 타율 3할3푼3리, 4홈런, 19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결과보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김 감독은 “타율은 좋아 보일 수 있지만 내용이 좋지 않다. 김동엽은 거포 자원이다. 죽더라도 자기 스윙을 하면서 죽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보면 툭툭 갖다 댄다. 안타도 내야를 빠지는 코스가 좋아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김동엽은 오랜 기간 공백이 있었고 수비에도 약점이 있다. 그럴수록 자신의 특성에 맞게 준비를 해야 1군에 더 가까워진다는 게 김 감독의 아쉬움이다. 김 감독은 “사실 수비는 올해 1년을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김동엽이 1군에서 뛸 수 있는 자리는 지명타자나 대타 요원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1군에서 원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현재 그렇지가 못하다”라고 말을 이어나갔다.
2군에서 변화구를 집중적으로 연마하고 있는 정영일도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정영일도 어차피 보직은 불펜 투수다. 하루에 15~20개 정도의 공을 던진다. 그렇다면 모든 공에 전력을 다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자가 없을 때 그런 모습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역시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기보다는 1군에서 원하는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이다.
선수들이 좀 더 적극적인 의식을 가지며 변화하기를 기대하고 있는 김 감독도 여러 가지 방법을 쓴다. 2일 강화 SK 퓨처스파크에서 열린 상무와의 경기는 상징적이다. 김 감독은 김동엽을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빼버렸다. 대신 1사 만루의 기회에서 출전시켰다. 희생플라이 하나로도 득점이 이뤄질 수 있는 순간, 김 감독은 김동엽이 갖다 맞히는 타격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리길 바랐다. 정영일은 선발 조영우가 두 명의 주자를 남겨놓고 내려가자 정영일을 투입시켰다. 역시 전력투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가능성을 봤다. 김 감독은 “김동엽은 1사 만루에서 사실상 타석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초구에 제대로 된 자기 스윙을 하더라”라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김동엽은 3일 경찰청과의 경기에서 다시 대타로 나서 그 자기 스윙으로 담장을 넘겨버리며 달라진 모습을 과시했다. 정영일에 대해서도 “그 상황에서 전력투구를 했다. 2일 경기에서는 결과도 그렇지만 내용이 아주 좋았다”라고 칭찬했다. 정영일은 3일 경찰청과의 경기에서도 호투했다.
두 선수는 올해 1군의 예비전력임은 물론 미래 SK의 핵심전력이다. 김 감독도 속이 편하지는 않지만 두 선수에게 유독 냉정하게 대하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당장 1군 사정이 여의치 않아 콜업이 필요할 때 대기 순위에서 가장 상단을 차지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만큼 잘 만들어 올려 보내고, 자신의 장점을 살려 1군에서 자리를 잡아 다시는 2군으로 내려오지 않게 만드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믿는다. 두 선수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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