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보우덴(30, 두산 베어스)이 7승으로 다승왕 경쟁에 다시 뛰어들었다.
보우덴은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서 8이닝 7피안타 8탈삼진 4실점했다. 타선의 도움으로 팀의 7-6 승리 속에 시즌 7승(2패)째를 수확한 그는 다시 다승왕 레이스에 시동을 걸었다. 공동 선두인 팀 동료 더스틴 니퍼트, 무서운 신예 신재영(넥센 히어로즈)과는 1승차.
출발이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보우덴은 첫 이닝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고 선취점을 내주며 출발했다. 1회초 선두타자 헥터 고메즈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에 포심 패스트볼(147km)을 던진 것이 스트라이크존 가운데 몰려 좌월 솔로홈런을 얻어맞은 것.

1회초를 넘긴 뒤 다시 실점이 나온 것은 3회초였다. 선두 김민식을 헛스윙 삼진 처리한 보우덴은 김재현에게 1루측 파울라인 안쪽을 빠져나가 외야 깊은 곳으로 간 3루타 이후 고메즈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 2점째 실점했다. 그리고 4회초에는 왼쪽 펜스를 다시 넘기는 최승준의 솔로홈런이 나왔다.
6회초까지 추가 실점하지 않고 퀄리티스타트(QS) 요건을 채운 그는 투구 수가 100개에 육박했지만 마운드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막기를 원했고, 그 과정에서 8회초 고메즈에게 다시 홈런을 맞아 QS는 깨졌지만 이닝이터 면모를 보이며 팀에 기여했다.
무엇보다 두산 타선이 초반 대량 득점에 성공해 던지기 편한 여건을 조성해준 점은 도움이 됐다. 초반부터 넉넉하게 득점 지원을 받은 보우덴은 과감하게 타자들과 승부하며 때로는 맞더라도 투구 수를 관리했다. 5회초까지 허용한 3개의 안타가 모두 장타였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달리 보면 5이닝 동안 볼넷과 몸에 맞는 볼 없이 단 3안타만 허용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팀이 여유 있는 상황을 만들어줬음에도 적당한 투구 수에서 끊지 않고 팀을 위해 더 던져줬다는 것이다. 보우덴은 118구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 수 기록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17일 잠실 KIA전 114개)도 대단했지만, 8회에도 내려가기를 거부한 보우덴이 보여준 투혼이 더 대단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마무리 이현승이 등판하기 어렵다는 것을 밝히며 “제일 좋은 것은 보우덴이 8이닝쯤 던져주는 것이다”라고 농담처럼 말하고는 웃었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이 됐다. 웃으면서 한 김 감독의 농담을 현실로 만든 것은 보우덴의 118구였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