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만족시킨 한 투수, 두 얼굴의 보우덴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6.05 05: 58

니퍼트 파트너 외인 선발 가운데 첫 성공사례
마운드에서는 공격적, 경기장 밖에서는 신사적
 더스틴 니퍼트(35)를 얻은 2011년부터 두산 베어스의 과제는 항상 니퍼트의 짝이 될 수준급 외국인 선발투수를 찾는 일이었다.

2011년부터 수많은 외국인 투수들이 두산 유니폼을 입었지만,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투수는 없었다. 니퍼트의 짝 중 유일한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는 스캇 프록터(4승 4패 35세이브, 평균자책점 1.79)는 선발투수가 아니었다.
지난해 정규시즌 두산은 니퍼트가 6승에 그쳤고, 유네스키 마야는 노히터가 포함된 2승만 남기고 퇴출됐다. 대신 들어온 앤서니 스와잭까지 5승으로 시즌을 마쳐 세 명의 외국인 선수가 총 13승밖에 합작하지 못했다. 포스트시즌은 해피엔딩이었지만, 정규시즌에는 외국인 선수의 힘이 모자라 3위보다 높은 순위에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니퍼트가 8승으로 다승 공동선두고, 새 얼굴인 마이클 보우덴이 7승 2패, 평균자책점 3.53으로 활약하고 있다. 특히 11경기에서 소화한 이닝이 66⅓이닝으로, 평균 6이닝 이상이다. 둘이 함께 만든 15승은 올해 현재까지 KBO리그 외인 선발 듀오의 최다승이고, 보우덴의 7승은 1년 전 마야와 스와잭의 승수를 합한 것과 같다.
보우덴은 “공격적으로 던지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잡아 팀이 이기게 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하는 투수다.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은 기록에서 드러난다. 그가 한 경기에 허용한 최대 볼넷은 2개다. 최근 등판인 4일 잠실 SK전에서는 8이닝 동안 118구를 던지면서도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 뒤집어 생각하면 볼넷이 하나도 없었기에 8이닝을 버틸 수 있었다. 보우덴을 설명하는 ‘정면승부’와 ‘이닝이터’란 표현은 일맥상통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그가 공격적이라는 것은 마운드 안에서만 맞는 말이다. 밖에서는 180도 달라진다. 평소 보우덴과 함께 지내는 두산 선수들 가운데서는 “평소에는 정말 신사 같은데, 경기장에만 들어가면 야수가 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이 말을 전하자 통역을 맡은 직원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 알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정말 엄청난 신사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라고 답했다. 통역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접한 보우덴은 “자기를 드러나게 하지 않으며 던지는 투수들도 있지만, 마운드에서 감정표현을 하면서 던지는 게 나에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경기장을 나가면 더 없이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특별히 답하진 않았지만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줬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잡음 없이 팀에 융화되는 순한 성품을 지녔지만, 경기장 안에만 들어가면 파이터가 되는 선수라면 모든 구단이 탐낼 인재다. 니퍼트가 그러하듯, 그의 새 짝인 보우덴도 그렇다. 경기장 안팎의 모습이 너무나도 달라 가히 ‘두 얼굴의 사나이’라 하겠지만, 그는 두산이 찾던 단 하나의 외국인 선발투수였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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