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스, 삼성전 팔꿈치 통증 자진 교체
캠프 때부터 통증, 지속적인 관리 필요
에이스의 팔꿈치에 한화가 긴장하고 있다. 뒤늦게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한화 에이스 에스밀 로저스(31)는 지난 4일 대구 삼성전에서 3회 투구 중 스스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1회부터 전력으로 투구하지 못하며 마운드에서 어정쩡한 동작을 반복한 로저스는 2회 안정을 찾는가 싶었지만 3회 결국 교체됐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이 이유. 선수 보호 차원으로 강판되며 아이싱을 받은 로저스는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로저스는 지난달 29일 대전 롯데전에서 9이닝 동안 127개 공을 던지며 완투승했다. 그로부터 5일을 쉬고 마운드에 올랐지만 힘이 떨어진 기색이 역력했다. 이날 삼성전에서 로저스는 총 60개 공을 던졌지만, 직구 33개-변화구 27개로 비율이 엇비슷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9km, 평균 구속은 139.8km에 그쳤다.
지난달 8일 팔꿈치 통증에서 돌아와 뒤늦게 시즌을 시작할 때부터 그랬다. 로저스의 구종 비율을 살펴보면 직구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지난해 51.4%에서 44.8%로 직구보다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진다. 직구 평균 구속도 지난해 149.6km에서 올해 143.9km로 약 5.7km가 감소했다.
로저스는 "구속이 떨어진 것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는다. 지난해에는 직구 위주였지만 이제는 다른 팀들이 알고 있다. 포수 리드에 따라 체인지업이나 커브 등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보다 많은 이닝을 던지기 위해 힘 조절을 하는 영향도 있지만 강속구를 유지하는 힘은 떨어졌다.

이 같은 로저스의 구속 감소는 전혀 예상되지 않은 일이 아니다. 로저스는 지난 2월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국내와 일본 병원에서 정밀 검진한 결과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통증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시즌이 개막된 뒤 한 달이 넘도록 서산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었다.
로저스는 선수생활 동안 큰 부상이 없었다. 2008년 7월 중순 마이너리그에서 16일간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결장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인 2011년 5월3일부터 7월26일까지 오른쪽 어깨 염좌로 84일간 재활한 바 있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부상 없이 건강하게 꾸준히 공을 던졌다. 팔꿈치 쪽에는 부상이 거의 없었던 선수이기 때문에 팔꿈치 통증이 낯설고,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오랜 시간 불펜투수였던 로저스는 지난해 8월 한화에 입단한 뒤 선발투수로 많은 투구수를 소화했다. 지난해 10경기 평균 투구수가 무려 113개. 120구 이상 던진 게 5경기였고, 4일 휴식 선발 일정도 6경기 있었다. 올해도 부상 복귀 후 6경기 만에 3번의 4일 휴식 선발을 가졌다. 특히 지난달 19일 포항 삼성전 7이닝 113구를 시작으로 24일 고척 넥센전 7⅓이닝 107구, 29일 대전 롯데전 9이닝 127구를 던지며 무리했다. 누구보다 투구 의욕이 강한 로저스의 승부욕이 반영됐다.
최근 9경기에서 한화가 8승1패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데에는 로저스가 선발투수로 긴 이닝을 던지며 불펜진의 부담을 덜어준 영향이 크다. 만에 하나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가 악화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전력 유출 공백을 맞을 수 있다. 로저스의 팔꿈치 상태를 보다 면밀하게 체크,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야만 한다. /waw@osen.co.kr
[사진] 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