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승부처가 아니다.”
롯데 자이언츠 조원우 감독은 마무리 투수 손승락의 투입을 최대한 아끼고 있다. 사실 대승과 대패의 반복으로 세이브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손승락에게 1이닝 이상을 맡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손승락은 17경기 등판해 16이닝을 소화했다. 10개 구단 주전 마무리 투수 가운데 경기 수와 소화 이닝 모두 하위권에 속한다. 이틀 연투도 3차례에 불과하고 3일 연투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등판 빈도가 줄어드니 세이브 역시 8개로 많은 편이 아니다. 세이브 순위는 6위에 불과하다.

그러나 손승락을 너무 아껴 쓰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다. 마무리 투수를 조기 투입해 1이닝 이상을 소화시키는 과감한 승부수가 없다는 것. 손승락이 1이닝 이상을 소화한 경기는 2경기에 불과하다. 3-5로 패한 지난 3일 사직 NC전 역시 손승락의 투입 시기에 대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던 경기.
이날 선발 박진형이 7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쳤고 타선 역시 7회초까지 뒤지던 경기를 7회말 3-2로 역전시키며 불펜 싸움으로 경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8회초 홍성민-강영식-정대현을 투입했지만 위기를 맞이했고 결국 다시 3점을 헌납하면서 경기를 내줬다. 손승락은 등판하지 않았다. 결과론이 지배하는 투수교체지만 손승락을 8회 조기에 투입했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일단 조원우 감독은 아직까지 시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승부처가 아니라는 생각을 전했다. 그렇기에 손승락 역시 최대한 아끼고 있다는 것. 조 감독은 우천 취소된 5일 사직 NC전을 앞두고 “(손)승락이는 이번 주 연투도 했기 때문에 조기에 투입 시킬 상황은 아니었다”며 운을 뗐다. 이어서 그는 “아직까진 우리 팀이 잘 버티고 있고, 아직 승부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또한 롯데는 지난달 29일, 윤길현이 고관절 통증으로 빠졌고, 4일에는 정대현까지 골반 통증으로 1군 엔트리에서 이탈하면서 불펜진 상황이 썩 좋지 않다. 만약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손승락을 조기에 가동한다면 과부하의 악순환이 될 수 있는 상황까지 조 감독은 우려했다. “우리 불펜 상황이 현재 좋지 않다”는 조원우 감독의 말도 이러한 맥락이다.
하지만 승부처가 다가온다면, 운영에 있어서 손승락의 조기 투입 역시 당연히 고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원우 감독은 “시즌 중후반 분명 승부처가 올 것이고, 그때는 손승락을 1이닝 이상, 2이닝까지 소화할 시기가 올 것이다”면서 “지금은 무리하지 않지만 분명 승부를 걸어야 할 때는 손승락을 투입시켜 승부수를 띄울 것이다”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과연 조원우 감독이 생각하는 시즌의 승부처는 언제가 될 것이고, 그 때 손승락의 과감한 투입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