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암 김주한(23·SK)은 고려대 시절 아마추어 무대에서 가장 돋보이는 실적을 낸 투수 중 하나였다. 팀의 에이스급 투수였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며 많은 실전 경험을 쌓았다. SK도 1~2년 안에 즉시전력감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를 2016년 드래프트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에서 뽑았다.
다만 프로의 벽은 쉽게 뚫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SK의 플로리다·오키나와 캠프를 완주하며 가능성은 인정받았지만 1군 투수들의 벽을 깰 만한 확실한 실적은 없었다.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결국 시즌을 2군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김주한은 두 달 가량의 2군 생활을 거치며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기술적인 부분도 달라졌지만 가장 큰 변화는 몸 상태와 구속이었다.
김주한은 “대학 시절 최고 구속은 140㎞ 초반대였다. 하지만 평균 구속은 130㎞대 후반이었다”라고 떠올린다. 실제 오키나와 캠프 당시 김주한의 구속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김주한은 올해 2군에서 최고 147㎞의 공을 던졌다. 최근 1군에 올라와서도 꾸준히 140㎞ 초·중반대의 공을 던지고 있다. 평균 구속이 3~4㎞ 정도는 올라온 셈이다.

비결이 있었다. 바로 SK 퓨처스팀(2군) 트레이닝 파트의 집중 조련이었다. SK 2군 트레이닝 파트는 ‘과외 학원’이 있다. 보통 투수 두 명이 ‘입소’ 과정을 거쳐 약 열흘간 집중 조련을 받는다. 핵심은 코어 운동과 하체 단련이다. 최현석 퓨처스팀 컨디셔닝 코치의 진두지휘 속에 선수들의 비명 소리가 날 정도로 강훈련이 이어진다.
김주한은 “코어 운동을 집중적으로 했고, 하체와 골반 부위를 단련시키는 운동을 많이 했다”라면서 “대학 시절에는 그런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해보니 효과가 좋았던 것 같다”라고 최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 코치는 “나는 한 것이 없다”라고 겸손해 하지만 이는 김주한 뿐만 아니라 퓨처스팀 투수들의 전반적인 구속 증강 효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2군 코칭스태프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김주한은 전체적으로 몸의 회전이 큰 투구폼을 가지고 있다. 하체의 지지가 상대적으로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하체를 단련하고 잡은 김주한은 그 후 더 빠른 공을 안정적으로 뿌릴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꾸준히 훈련을 한 성과다.
그런 김주한은 2군 코칭스태프의 눈을 사로잡았다. 집중적으로 키우는 선수가 됐다. 김경기 퓨처스팀 감독은 “1군에서 즉시 뛸 수 있도록 불펜에서 대기하고, 위기 상황에서 많이 내보냈다. 때로는 추격조 임무도 할 수 있도록 길게도 던지게 했다”라고 김주한의 준비 과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1군에 올라온 뒤 좋은 투구 내용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첫 등판이었던 5월 29일 인천 삼성전에서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가장 어려웠던 프로 데뷔 무대를 넘긴 김주한은 4일 잠실 두산전에서 선발 크리스 세든이 3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하고 무너지자 4회 마운드에 올라 역투를 거듭했다. 4이닝 동안 안타 하나만을 내주며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비록 팀은 6-7로 아쉽게 졌지만 막판 추격전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김주한의 공이 컸다.
리그 최강 타선을 자랑하는 두산도 김주한의 거침없는 투구에 당황했을 정도였다. 처음 보는 투수라 낯설음의 효과는 분명 있었겠지만 최고 140㎞ 중반대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체인지업을 고루 섞어 던지며 공격적인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침묵시켰다. 투구수도 적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이닝까지 소화했다.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SK로서는 또 하나의 기분 좋은 가능성을 찾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