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무에서 2년간 집중력으로 연마
친구 이용찬, 선배 정재훈의 조언 큰 힘
두산 베어스는 지난달 31일 마산 NC전에서 장원준이 124구를 던지고, 3일 더스틴 니퍼트가 등 근육 담 증세로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면서 두 명의 대체 선발이 필요해졌다. SK와의 잠실 3연전에서 자기 로테이션을 지킨 선수는 마이클 보우덴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과는 시리즈 스윕이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첫 등판에 나선 고원준이 3일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2볼넷 1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됐다. 4일 보우덴은 8이닝을 책임지며 7승째를 가져갔고, 퓨처스리그에서 올라와 5일 선발로 나선 안규영도 6이닝 7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선보이며 데뷔 첫 승에 성공했다. 상대 선발은 동갑내기였지만 경기 전까지 자신보다 통산 102승을 더 거두고 있던 김광현이었다.
5일 잠실 SK전에서 안규영의 변화구는 빛을 발했다. 총 86개를 던진 가운데 포심 패스트볼은 절반인 44개 수준이었다. 나머지는 다 변화구였는데,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있었지만 그는 포크볼도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피해갔다.
첫 승 후에 만난 안규영과 포크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상무에서 (이)용찬이와 방을 같이 썼다. 그때 어떻게 던지는지 물어봤고, 제대 후 스프링캠프에서는 (정)재훈이 형에게도 물어봤다”고 말했다. 친구지만 군에서는 후임이었던 이용찬, 그리고 팀 내 대선배인 정재훈이 스승이었다.
둘에게 배우기 전부터도 던지던 공이었지만, 이들을 만난 뒤의 포크볼은 전과 달랐다. “원래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포크볼을 체인지업처럼 던지기도 한다”는 것이 안규영의 설명. 포크볼 그립으로 잡고 팔 스윙을 곧게 하면 포크볼이 되고, 팔을 바깥쪽으로 틀면서 던지면 체인지업이 된다. 안규영은 “그립은 같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뛰고 있는 레다메스 리즈와는 정 반대다. LG 트윈스에 몸담고 있던 시절 리즈는 체인지업 그립을 잡고 스플리터를 던지듯 팔을 곧게 뻗어 던졌다. 일반적인 체인지업 그립과 달리 리즈는 심(실밥)에 두 손가락을 얹지 않고 약지만 우측 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중지는 양 심의 사이에 놓았다. 안규영은 이와 다르게 포크볼 그립으로 체인지업도 던진다.
평범했던 포크볼을 지금처럼 던지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는 “상무에서 2년간 많이 연습했다”고 이야기했다. 1년은 혼자 연습했고, 자신보다 1년 늦게 입대한 이용찬에게 배우며 수개월이 지났다. 그리고 상무 생활을 마친 뒤에는 두산에 합류해 정재훈에게 자문을 구했다. 입단 초기 주로 빠른 공과 슬라이더 투 피치 조합의 투구를 하던 그는 그때도 포크볼을 구사하기는 했다. 따라서 5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 갈고닦았던 것이다.
투수들이 새로운 공을 익혀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면 수년이 걸린다. 안규영은 이제 실전에서도 결정구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포크볼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노력이 크기가 얼마나 컸을지도 짐작된다. 또한 앞날을 기대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