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졌던 천재 윤빛가람(26, 옌볜 푸더)이 천재일우를 움켜쥐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50위)은 지난 5일(한국시간) 체코 프라하의 에덴 아레나서 열린 체코(30위)와 A매치 친선경기서 전반 윤빛가람과 석현준의 연속골을 앞세워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01년 0-5 대패의 굴욕을 씻어내며 체코전 A매치 첫 승(3무 1패)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1일 스페인에 당한 1-6 참패의 아픔을 치유했다.
체코전 승리의 주역은 태극마크를 달고 실로 오랜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온 윤빛가람이었다. 지난 2012년 9월 우즈베키스탄전 이후 약 3년 9개월 만에 A매치에 출전해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가장 빛난 태극전사가 됐다.

윤빛가람은 전반 26분 아크서클 우측 프리킥 찬스서 세계적인 골키퍼 페트르 체흐(아스날)와 마주섰다. 오른발로 자신 있게 감아 찬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문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체흐가 손을 뻗어봤지만 막을 수 없는 궤적이었다.
윤빛가람의 날 선 발끝은 전반 40분 다시 한 번 번뜩였다. 그라운드의 '모차르트' 토마시 로시츠키의 볼을 가로 채 지체없이 전진 패스를 시도, 석현준의 통쾌한 추가골을 도왔다. 윤빛가람이 어렵사리 찾아온 천재일우를 꽉 움켜쥐는 순간이었다.
당초 슈틸리케호의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차지였다. 올 시즌 폼도 유럽파 중에 가장 좋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믿음도 남달랐다. 하지만 부상에 발목이 잡혀 유럽 원정에 함께 하지 못했다. 스페인전에 남태희(레퀴야)가 이렇다 할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것도 '대체자' 윤빛가람의 출전을 부추겼다.
윤빛가람은 수장의 기대에 보답했다. 물론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인 것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도 후반 18분 윤빛가람 대신 이재성을 투입했다. 윤빛가람도 이 점을 두고 자신을 향해 채찍질을 가했다. "운이 좋아서 프리킥이 들어갔을 뿐 경기력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더 노력해야 한다. 후반에 교체된 것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뜻한다. 힘을 많이 보강하고, 상대의 압박을 견디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 같다."
윤빛가람의 장밋빛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라하(체코)=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