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2005~2014년 삼성전 승률 .341 고전
최근 2년 16승9패 승률 .640 절대우위 반전
천적관계가 역전됐다. 2년째 한화가 삼성의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독수리 잡는 사자에서 사자 잡는 독수리로 천적관계가 완전히 바뀐 것이다.

한화는 지난 3~5일 대구 삼성전을 싹쓸이 3연승했다. 삼성과 상대전적에서 6승3패로 우위를 점했다. 지난해에도 한화는 삼성과 상대전적에서 10승6패로 우위를 보인 바 있다. 최근 2년간 한화의 삼성전 성적은 16승9패로 승률이 무려 6할4푼에 이른다.
사실 2014년까지 한화는 삼성만 만나면 꼬리를 내렸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삼성과 총 180경기를 맞붙었으나 61승118패1무로 승률이 3할4푼1리밖에 되지 않았다. 2011년에는 10승9패로 우위를 보였을 뿐 나머지 9시즌은 모두 열세를 드러냈다.
특히 2009년 5승14패, 2010년 4승15패, 2012년 6승13패, 2013년 4승12패, 2014년 4승11패1무로 절대 열세를 보이며 천적관계가 확실해졌다. 삼성이 2012~2014년 페넌트레이스에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최하위 한화전에서 최대한 승리를 쌓은 덕이었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부터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지난해 6월9일부터 11일까지 대구시민야구장에서 무려 7년 만에 삼성 상대로 3연전 싹쓸이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탔다. 삼성전 10승 중 6승이 역전승, 4승이 1점차 승리일 정도로 경기 내용도 극적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 2년 연속 삼성 상대로 3연전을 싹쓸이한 한화는 삼성전 6승 중 무려 5승이 역전승이었다. 1점차 승리 역시 5승이나 있으며 연장전에서 거둔 승리도 3번 있다. 삼성과 붙을 때마다 매 경기 접전이 이어지지만 포기하지 않는 집중력으로 마지막 순간에는 거의 한화가 웃었다.
특정 선수들의 활약이 승부를 좌우했다. 권혁은 전 소속팀 삼성 상대로 2년간 14경기에 나와 3승2패1홀드1세이브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5.82로 높지만 승부처에서 권혁이 친정팀의 기세를 꺾어 놓는 투구가 많았다. 김태균도 최근 2년간 삼성전 23경기 타율 3할9푼2리 4홈런 24타점으로 대폭발했다. 신성현도 타율 1할7푼5리에 불과하지만 3홈런 11타점으로 결정타를 쳤다. 반면 한화 킬러였던 삼성 윤성환(6G·3승2패·4.31) 장원삼(6G·2패·4.50) 차우찬(3G·2패·9.00)이 고전했다.
양 팀 벤치의 미묘한 심리싸움도 빼놓을 수 없다. 5일 경기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9회초 2사 1·3루 송주호 타석에서 우타자 오선진을 대타로 썼다. 그러자 삼성은 좌완 백정현 대신 사이드암 심창민을 올렸다. 이틀 전 61구를 던진 심창민이 나오자 한화는 다시 좌타자 이종환 카드를 꺼냈다. 이종환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되며 득점 없이 물러났지만 힘이 떨어진 심창민을 끌어낸 것이 중요했다. 결국 10회초 심창민을 무너뜨려 결승점을 뽑았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삼성전에서 두 번이나 스퀴즈 번트를 성공하며 삼성 벤치의 허를 찔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유독 한화전만 되면 경기가 안 풀리고, 평소보다 쫓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양 팀 벤치의 미묘한 심리전도 천적관계의 역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중론. 과연 남은 시즌 삼성이 열세를 만회할지, 아니면 한화가 강세를 쭉 이어갈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