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으로 ‘사는 클럽’이었던 뉴욕 양키스가 올해는 ‘파는 클럽’이 될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보인다. 막강한 불펜 전력을 과시 중인 양키스가 적어도 한 명의 불펜투수를 시장에 내놔 유망주를 수혈할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컬럼니스트이자 대표적인 소식통인 FOX스포츠의 켄 로젠탈은 5일(이하 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가 앤드루 밀러의 트레이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한 적이 있다”라고 전해 MLB 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구체적으로 트레이드가 진행된 정황은 없지만 좌완 불펜 보강이 필요한 샌프란시스코가 양키스의 문을 두들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샌프란시스코가 밀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유망주 출혈을 감수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보도에 뉴욕 지역 언론들도 즉각 화답했다. 양키스가 불펜 3인방 중 적어도 한 명의 트레이드를 통해 유망주를 보강하고 장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특히 앤드루 밀러와 아롤디스 채프먼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두 선수는 MLB 최고의 불펜 투수들이다. 올해 트레이드로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채프먼은 MLB 통산 336경기에서 155세이브를 기록한 특급 마무리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파이어볼러로 330⅓이닝에서 무려 562탈삼진을 기록했다. 밀러도 최근 성적만 놓고 보면 채프먼에 못지않다. 지난해 60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했고 올해는 23경기에서 2승6세이브 평균자책점 1.14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뉴욕 포스트’는 “양키스가 올해 성적보다는 미래를 도모할 경우 밀러나 채프먼을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양키스는 6일 현재 26승30패(.464)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에 처져 있다. 극심한 부진을 보였던 4월 당시보다는 나은 성적이지만 여전히 포스트시즌행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마크 테세이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 악재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15년을 앞두고 양키스와 4년 36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밀러는 2017년과 2018년 각각 9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다. 특급 성적을 내고 있지만 적지는 않은 연봉이다. 채프먼은 올해가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더 고민이 있다. 논텐더 트레이드 마감 시한은 7월까지인데, 그 사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팀이 있다면 두 선수를 내놓을 수도 있다는 게 뉴욕 포스트의 추측이다.
양키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 카를로스 벨트란 등 고액 연봉을 받는 노장 선수들의 계약이 1~2년 안에 상당 부분 종료된다. 이르면 2018년부터는 팀 연봉 유동성이 상당 부분 생겨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해진다. 벌써부터 풍성한 2018년 FA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 전에 유망주들을 바탕으로 팀 기반을 닦고, 대형 스타의 영입으로 다시 한 번 대권에 도전한다는 시나리오는 무리가 아니다. 두 선수의 트레이드 가치가 극대화되어 있다는 점도 양키스가 계산기를 두드리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올해 성적에 욕심을 낸다면 이런 트레이드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드 마감 시한 전 양키스의 순위가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지는 이런 트레이드 시나리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앤드루 밀러(위) 아롤디스 채프먼 ⓒ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