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올 시즌 극심한 투·타 엇박자 속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투수들이 잘 던질 때는 타선이 말썽이고, 타선이 어느 정도 맞는 날은 마운드나 수비가 힘을 못 쓰는 패턴이 꽤 자주 나타난다.
외국인 선발도 그런 팀 특성을 따라가는 것일까. 역시 엇박자가 나고 있다. 시즌 초반 야수 헥터 고메즈의 타격 침체에 울상을 지었던 SK는 최근 고메즈가 반등하자마자 새로운 걱정거리를 안았다. 바로 베테랑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의 부진이다. 외국인 전력마저도 좀처럼 100% 맞아 들어가는 것이 없는 SK다.
고메즈의 시즌 초반 타격은 아쉬웠다. 고메즈는 4월 16경기에서 타율 1할9푼6리(출루율 0.237, 장타율 0.375)에 그쳤다. 3개의 홈런을 때리기는 했지만 정확도는 형편없었다. 4월 중순에는 가래톳에 부상이 오며 2군에 내려가 있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강한 어깨를 자랑하기는 했으나 송구 정확도와 포구 자세에서 안정감이 부족했다.

하지만 5월부터의 고메즈는 서서히 달라진 모습을 과시하더니, 최근에는 폭발하고 있다. 5월 이후 고메즈의 성적은 22경기에서 타율 3할1푼6리(출루율 0.360, 장타율 0.633)다. 여기에 홈런을 무려 7개나 쳤다. 5월 25일 이후로 따진 11경기에서는 타율 3할5푼9리, 6홈런, 10타점의 맹타다. 이 정도면 타 팀 외국인 선수들이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수비도 조금씩은 안정되어 가는 흐름이 보인다. 고메즈는 이 11경기에서 실책이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고메즈가 살아나자, 이번에는 세든이 문제다. 세든은 시즌 초반인 4월 성적이 괜찮았다. 4월에는 5경기에서 3승1패 평균자책점 3.27의 좋은 성적을 냈다. 피안타율은 2할2푼에 불과했다. 하지만 5월 이후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5월 이후 6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이 7.27이다. 피안타율은 3할7푼3리까지 치솟았다.
평균 구속이 여전히 130㎞대에 머문다. 원래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2013년 다승왕을 차지할 당시보다 구속이 2~3㎞ 정도 더 떨어졌다. 여기에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여전히 당시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존에서 낮게 떨어지는 예리한 체인지업은 세든의 큰 키를 만나 살인적인 각까지 만들어내며 대단한 위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높은 쪽에서 가운데로 밋밋하게 떨어지고 있다. 빠른 공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없는 세든으로서는 치명적이다.
이에 “고메즈는 더 지켜보고, 세든부터 일단 교체 대상에 넣고 상황을 살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아직 교체가 결정돼 움직이는 단계는 아니다. 외국인 교체에 대해 어떠한 구체적인 준비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아직은 신중한 모습이다.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하면 아무리 못해도 1~2경기 정도는 세든에게 더 기회가 갈 것으로 보인다.
SK 내부에서는 올 시즌 세든이 난타당한 경기가 거의 대부분 주간 경기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체인지업 등 세든 투구 전반의 특성상 주간 경기에는 다소 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든의 올해 주간 경기 평균자책점은 7.13, 야간 경기 평균자책점은 4.14다. 2013년 당시에도 야간 성적이 주간보다 더 좋았다. 최근 주간 경기 소화가 많았던 세든은 당분간 야간 경기 로테이션을 소화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구속이 오르지 않고 체인지업 밸런스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만약 교체가 결정된다면 최근 침체에 빠져 있는 타선을 보강하기 위해 외국인 타자를 하나 더 데리고 오는 것도 가능한 선택지다. 마운드가 다소 어려움을 겪겠지만 켈리의 등판 때가 아닌 다른 경기에는 모두 활용이 가능한 공격적 타자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어차피 ‘5할 승부’가 기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도 이러한 질문에 대해 “시나리오 중 하나”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세든이 교체될 경우, 현 시점에서는 여전히 투수로 대체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든이 생명연장을 할 수 있을지, 그렇지 못하다면 SK가 어느 시점에서 칼을 빼들지, 칼을 빼든다면 외인 조합을 어떻게 구성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