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타율 최하위’ LG, 리드오프 찾기 시나리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6.07 05: 50

LG 1번 타순, 타율과 출루율 모두 리그 최하위
박용택·임훈·정주현 중 리드오프 적임자 낙점해야
1번 타자를 찾아라.

작년보다는 낫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LG 트윈스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기 위해선 지금보다 나은 공격력을 보여야 한다. LG는 올 시즌 50경기를 치르며 경기당 평균 5.18점을 기록, 이 부문 6위에 자리하고 있다. 팀 타율에서 2할7푼7리로 7위, 팀 OPS 또한 0.758로 7위다. 2015시즌에는 경기당 평균득점 9위(4.54), 팀 타율 9위(0.269), 팀 OPS 9위(0.738)였다.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1번 타순이다. 올 시즌 LG의 1번 타자 타율은 2할3푼3리로 10개 구단 최하위다. 평균 2할8푼3리보다 5푼이나 부족하다. 출루율 또한 2할9푼2리로 최하위, 리그 평균 3할6푼1리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반면 클린업 타율은 3할6리로 5위다. 1번 타자가 꾸준히 출루할 수만 있다면, LG는 더 많은 점수를 뽑게 될 것이다. 
사실 올 시즌에 앞서 양상문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진짜 고민은 1번 타순이 아니었다. 스프링캠프 종료시점부터 1번 타순과 클린업은 거의 확정됐다. 양 감독은 임훈을 1번 타자, 클린업은 박용택 이병규(7번) 히메네스로 낙점했다. 
양 감독의 진짜 고민은 2번 타순이었다. 빠르고 역동적인 야구를 강조한 만큼, 젊은 선수가 2번 타순에 자리하기를 바랐다. 출루율이 보장된 정성훈은 6번에 넣어서 클린업 확장을 원했다. 양 감독은 올 시즌 첫 4경기에서 정주현을 2번에 배치한 바 있다.  
하지만 임훈의 부상과 함께 꼬였다. 지난 4월 5일 임훈은 가래톳 부상을 당했고 3일 후 1군 엔트리서 제외됐다. 복귀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고, 최근 들어 타격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LG가 1번 타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 3가지를 짜봤다. 
▲ 시나리오1: ‘가장 확실한 카드’ 박용택
2000안타 달성을 앞두고 있는 박용택은 타선의 만능키다. 어느 타순에 넣어도 팀에서 원하는 역할을 해낸다. 10년 암흑기를 청산한 2013시즌. 박용택은 1번 타자로 나서 출루머신이 됐다. 당해 박용택은 1번 타자 출장시 타율 3할4푼3리 출루율 4할1푼7리를 찍었고, 이는 리그 전체 1번 타자 타율과 출루율 부문 1위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임훈이 부상으로 빠지고 좀처럼 1번 타자가 나오지 않자, 결국에는 박용택이 리드오프로 나섰다. 박용택은 1번 타자로 출장한 경기서 타율 3할6푼3리 출루율 4할2리를 기록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LG는 해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박용택이 1번으로 가면 클린업이 약해진다. 무엇보다 박용택은 올 시즌 득점권 타율 3할4푼9리를 마크, LG 타자 중 찬스에서 가장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클러치히터로서 박용택의 가치를 감안하면, 박용택의 적정타순은 양 감독의 시즌 전 구상처럼 3번이다. 박용택은 최근 10년 동안 타율 3할1푼4리, 득점권 타율 3할3푼3리를 기록 중이다.     
▲ 시나리오2: ‘원래 계획대로’ 임훈
지난해 트레이드 당시만 해도 임훈에 대한 기대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쏠려 있었다. LG는 드넓은 잠실구장 외야를 감당할 외야수가 필요했고, 임훈을 영입하면서 해답을 얻었다. 작년 9월 LG 구단 관계자는 “마침내 우리 홈구장에 맞는 외야수를 얻었다. 이제는 타구가 외야로 날아가도 걱정이 안 된다”고 웃었다. 
그런데 임훈은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빛났다.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후 타율 3할1리 출루율 3할8푼6리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물론 1번 타자로서 특급으로 평가할 만한 기록은 아니다. 그러나 LG 야수진 구성을 감안하면, 올 시즌 임훈의 1번 타순 배치는 충분히 이해할만 했다.
문제는 임훈의 올 시즌 모습이다. 임훈은 올해 타율 2할7푼4리 출루율 3할3푼7리로 지난해보다 고전하고 있다. 특히 1번 타자로 나선 경기에서 타율 1할5푼6리 출루율 2할6리로 부진했다. 부상으로 한 달 이상 결장하면서, 타격감을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더불어 임훈은 지금까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한 시즌이 없다. 2014시즌 도루 9개를 기록한 게 임훈의 커리어하이다. LG가 진짜 역동적인 야구를 펼치기 위해선, 언젠가는 임훈이 아닌 다른 타자를 1번 타자로 낙점해야 한다. 
물론 정규시즌은 이제 막 3분의 1을 넘어섰다. LG는 종착역까지 94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게다가 임훈은 최근 5경기서 타율 3할3푼3리 출루율 3할8푼5리로 페이스가 올라왔다. 지금 흐름이 이어진다면, 양 감독은 시즌 전 계획대로 임훈을 1번에 놓을 수 있다.
▲ 시나리오3: ‘타임머신 가동’ 정주현
정주현의 1번 타자 기용은 가장 과감한 선택, 그야말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다. 팀에서 가장 빠르지만 경험이 부족한 타자를 1번에 넣고, 경험을 통한 성장을 바란다. 성공할 경우, LG는 앞으로 5년 이상 1번 타자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실패하면 포지션 중복 현상으로 상위타선은 물론, 하위타선까지 약해진다. 
지난 4월 5일 임훈이 부상으로 빠지자, 양 감독의 첫 번째 대안은 정주현이었다. 정주현은 4월 한 달 동안 11차례 1번 타자로 출장, 4월 리드오프 최다 출장자였다. 그러나 정주현은 타율 2할1푼1리 출루율 2할9푼6리에 그쳤고, 4월 29일 엔트리서 제외됐다. 
일단 1군 복귀 후 타율 3할1푼4리 출루율 3할6푼8리로 타격 페이스는 찾았다. 그런데 정주현은 올 시즌 8번의 도루시도에서 3번만 성공, 도루 성공률이 50%가 안 된다. 빼어난 스피드를 지녔음에도 투수의 타이밍을 빼앗고, 상대 배터리의 볼배합을 읽는 부분이 아직 부족하다. 
물론 이는 경험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 진짜 딜레마는 포지션 중복이다. 현재 LG의 주전 2루수는 손주인이다. 손주인은 지난 4월 29일 1군에 올라온 후 30경기서 타율 4할3푼2리 OPS 1.087(출루율 0.485·장타율 0.602)로 괴력을 뽐내고 있다. ‘하위타선의 4번 타자’ 손주인의 활약으로 LG의 득점력도 상승했다. 
그렇다고 손주인과 정주현을 모두 기용, 한 명을 지명타자로 출장시키기도 힘들다. LG의 지명타자 자리는 박용택과 정성훈, 그리고 이병규(7번) 중 한 명이 체력안배가 필요할 때 들어가는 곳이다. 결국 정주현의 리드오프 기용은 다른 선수의 부상이나 결장, 혹은 페이스 저하가 아니면 이뤄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LG는 2015시즌 1번 타순 타율 2할6푼2리로 9위, 1번 타순 출루율 3할 5푼으로 7위를 기록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통해 오지환을 리드오프로 낙점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시즌 중반 임훈을 영입하기 전까지 시행착오만 반복한 바 있다. /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