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포수 이재원(28)은 덩치(?)에서 보듯이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그런데 7일까지 올해 도루 시도가 네 번이나 된다. 성공률은 0%. 모두 다 죽었다. 이재원이 단독도루나 기습도루를 시도할 선수는 아니다. 결국 SK의 작전이 많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재원이 루상에 나갔을 때 벤치는 자연히 “이재원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진루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발이 느린 이재원이 주자가 있을 때 내야 땅볼이 나오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병살의 위협에 빠진다. 선택은 크게 셋 중 하나다. 잘 치든지, 희생번트를 대든지, 혹은 작전으로 이재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든지다.
SK는 올 시즌 세 번째 방법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사실 잘 되면 가장 좋다. 탄력이 붙은 이재원이 추가 진루까지 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전이 연이어 실패로 돌아가며 힘이 빠지고 있다.

5일과 7일 경기에서는 연이어 SK의 고민이 드러났다. 5일 경기에서는 0-2로 뒤진 2회였다. 선두 이재원이 안타를 치고 나갔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번트를 대 굳이 기대득점을 떨어뜨릴 이유는 없었다. 이에 SK는 풀카운트 상황의 박재상에게 런앤히트 작전을 지시했다. 땅볼이 나오더라도 일단 선행주자를 살리든, 병살 플레이를 가더라도 타자 주자 박재상의 생존 확률을 높이자는 작전이다.
벤치의 선택은 나름대로 합리성이 있다. 이걸 뭐라할 수는 없다. 문제는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진다는 것. 박재상은 이날 두산 선발 안규영의 반대투구에 서서 삼진을 당했다. 2루로 뛰던 이재원은 주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아웃됐다. 단번에 아웃카운트 두 개가 올라갔다. 위험성이 있는 작전이라는 게 어김없이 드러난 장면이었다. 6회에도 1사 1루에서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역시 최정은 헛스윙 삼진, 1루 주자 고메즈는 2루에서 아웃됐다.
공교롭게도 7일에도 같은 장면이 나왔다. 5-5로 맞선 6회였다. 이재원이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갔고 타석은 최승준이었다. 최승준은 이날 롯데 선발 레일리에게 두 차례 모두 삼진을 당했다. 그다지 상성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번트 모션을 취한 최승준은 2B-1S의 유리한 카운트가 됐고 이에 SK는 4구째에 런앤히트 작전을 걸었다.
그러나 최승준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고 이재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2루수 정훈이었다. 2루수 정훈의 베이스 커버가 다소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있게 기다리며 태그할 수 있었다. SK의 공격 흐름이 완벽하게 끊기는 상황이었다. 애꿎은 이재원만 올 시즌 네 번째 도루자를 기록했다.
SK의 세밀한 작전수행능력이 떨어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경우는 벤치의 탓을 할 수도 있지만 결국 타자들이 공을 맞히지 못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장면이다. 거포군단으로 거듭난 SK지만 이런 세밀한 부분에서 문제를 드러내면 타력 향상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매일 홈런으로 점수를 펑펑 낼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뛸 선수가 마땅치 않아 기동력 야구를 기대할 수 없는 SK의 한계이기도 하다. 지난해 뛰는 야구를 추구했던 김용희 감독이지만 SK에는 현재 도루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출루율이 떨어진다. 이렇게 추가점 기회를 작전 실패로 날린 SK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6-9 역전패와 5연패였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