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고메즈 붕괴' SK 수비력의 실패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07 22: 14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라는 게 이렇게 무서웠다. SK 유격수 헥터 고메즈가 공격에서 홈런을 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수비에서는 고개를 숙였다. 이날 고메즈는 공식적으로 실책이 1개였지만 사실상의 실책 4개가 경기를 그르쳤다.
SK는 7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6-9로 역전패했다. 1회 고메즈의 솔로홈런과 이재원의 2점 홈런, 2회 이진석의 적시 3루타와 고메즈의 희생플라이로 먼저 5-1로 앞서 나갔으나 추가점을 뽑지 못하는 사이 롯데의 추격을 허용한 끝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선발 메릴 켈리의 투구 내용이 좋지 못했지만 사실 수비도 할 말은 없었다. 2루수 김성현이 고군분투했지만 내야의 핵심인 유격수 고메즈의 플레이가 세 차례 아쉬웠다. 공식 기록으로는 안타였지만 이 실책성 안타가 모두 실점으로 이어지며 롯데의 기세를 막지 못했다.

5-1로 앞선 SK는 3회 1사 후 손아섭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고 1점을 내줬다. 이어 김문호는 유격수 땅볼이었다. 난이도가 그렇게 높은 플레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고메즈가 송구 동작에서 공을 글러브에서 한 번에 빼지 못했고 결국 김문호가 1루에서 간발의 차이로 살았다.
결과론이지만 다음 타자 김상호가 중견수 뜬공으로 물러나 이 플레이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이닝은 거기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웃카운트 하나 차이가 컸다. 켈리는 2사 후 황재균 최준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고 고메즈 덕에 산 김문호는 유유히 홈을 밟았다.
8회에는 더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다. 5-5로 맞선 SK는 박정배의 제구난으로 1사 2,3루에 몰렸다. 여기서 SK는 황재균을 고의사구로 거르고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은 최준석을 선택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박정배는 최준석을 유격수 방면 땅볼로 유도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병살, 역동작임을 고려할 때 적어도 1점과 아웃카운트를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병살을 생각해 마음이 급했던 고메즈는 공을 포구하기도 전에 몸이 일어나 버렸다. 타구는 고메즈의 글러브를 스쳐 지나가 좌익수 앞으로 빠졌고 두 명의 주자 홈을 밟아 5-7이 됐다. 경기 막판임을 고려하면 1점과 2점의 차이는 컸다.
8회에는 쐐기 실책이 나왔다. 무사 1루에서 손아섭의 타구가 좌익수 방면으로 떴다. 좌익수 이명기가 처리해도 크게 문제가 없는 타구였다. 그러나 유격수 고메즈가 공을 쫓아갔다. 고메즈가 살짝 손짓을 했고 이 경우 먼저 콜을 한 고메즈에게 우선권을 주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메즈는 마지막 순간 공을 놓쳐버렸다. 타구는 고메즈와 이명기 사이에 떨어졌다. 
그 다음은 결국 실책으로 기록됐다. 김문호의 투수 앞 땅볼 때 병살 플레이를 위해 공이 2루로 갔다. 송구가 조금 낮기는 했지만 아예 못 잡을 공은 아니었다. 그러나 고메즈가 이를 떨어뜨렸다. 유격수 실책으로 기록됐다. 전 플레이를 고려하면 이닝이 끝날 상황에서 오히려 무사 만루가 됐다. 결국 SK는 2점을 더 내주고 완전히 주저 앉았다.
이날 최종 점수차는 3점이었고 실책이 빌미가 된 실책이 적어도 4점이었다. 고메즈의 보이지 않는 실책이 없었다면 경기가 대등하게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밀한 플레이를 다듬지 못한 SK는 5연패에 빠졌다. 고메즈는 6-9로 뒤진 9회 1사 만루에서는 병살타까지 쳤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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