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31, 두산 베어스)이 다승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초반을 쉽게 넘어가지 못하는 모습은 평소와 같았지만, 이를 견뎌내고 긴 이닝을 버티며 호투하는 것 역시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장원준은 7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wiz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6탈삼진 4볼넷 1실점했다. 시즌 8번째 퀄리티스타트(QS)를 해낸 그는 팀의 9-1승리 속에 8승(2패)을 거둬 팀 동료 더스틴 니퍼트, 신재영(넥센 히어로즈)과 함께 다승 부문 공동 선두가 됐다.
초반은 순탄치 않았다. 1회초 1사에 이대형의 좌전안타 후 앤디 마르테와 박경수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투구 수는 22개가 되어 있었다. 2회말에는 김선민, 이해창에게 볼넷을 내준 것 포함 31구를 던졌다. 실점은 없었지만, 2이닝 동안 53구가 누적됐다.

하지만 이것이 kt에게는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페이스를 찾은 장원준은 쉽게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동시에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채워 나갔다. 3회초 그는 2사에 신현철을 몸에 맞는 볼로 내보내기는 했지만 득점권에 진루시키지 않았고, 공 14개로 세 타자를 잡아냈다.
4회초 팀 타선이 4점을 어깨 위에 얹어준 뒤로는 부담 없이 던지며 빠른 카운트에 kt 타자들의 방망이가 움직이게 만들었다. 4회말 11개, 5회말 6개로 3개의 아웃카운트를 채워 넣으며 장원준은 퀄리티스타트(QS) 이상으로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일한 실점은 7회말에 나왔다. 팀이 7-0으로 여유 있게 앞서던 7회말 선두 김선민의 볼넷과 박기혁의 우전안타, 자신의 폭투로 무사 2, 3루에 몰린 장원준은 이해창의 유격수 땅볼 때 1실점했다. 하지만 배병옥을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뒤 윤명준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윤명준이 출루한 주자를 불러들이지 않아 장원준의 실점은 불어나지 않았다.
2회까지 고전한 사실을 통해서 볼 수 있듯 장원준의 컨디션은 완전하지 않은 듯 보였다. 3회말부터 회복이 되며 스트라이크(75개)/볼(43개) 비율이 점차 안정됐지만, 초반에는 김상현, 유한준, 이진영 등 주전급이 대거 빠지고 앤디 마르테까지 첫 타석 후 교체된 kt 타선과의 승부도 버거워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제구가 잡히지 않았던 2회말 위기를 넘긴 뒤의 장원준은 달라졌다. 좌, 우타자에 따라 자유자재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결정구 활용하면서 타자들을 혼란에 빠뜨렸고, 5회말 승리 요건을 채우기 전까지는 단 1안타만 허용했다. 장원준은 위기를 넘기는 방법을 아는 투수였다.
매 경기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는 없다. 다만 베스트 컨디션이 아닐 때도 무너지지 않고 일정 수준 이상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좋은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가 갈린다. 이러한 관점으로 보면 장원준은 이견의 여지가 없는 좋은 투수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