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승부처] 초반 0-0에 전진수비, 어쩔 수 없던 kt 속사정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6.07 21: 57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만큼 팀 사정이 좋지 않다.
kt wiz는 7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1-9로 완패했다. 내야 전진수비를 두 번이나 폈던 4회초에 내준 4점을 극복하지 못했고, 이것이 발단이 되며 9위 kt는 최하위 한화에 1경기차로 쫓기게 됐다.  
승부처가 된 것은 4회초였다. 0-0에서 선두 닉 에반스가 가운데 펜스를 직격하는 2루타로 출루한 뒤 오재원이 투수 장시환을 맞고 굴절되는 땅볼을 쳐 상황은 1사 3루가 됐다. 이때 허경민 타석에서 kt 벤치는 내야수들을 앞으로 당겼다. 내야 땅볼이 나오면 홈에서 승부해 선취점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내야수들이 홈 플레이트 방향으로 나가오면 자연스럽게 타구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면서 안타가 나올 확률은 높아진다. 대신 홈까지의 거리가 짧아져 야수 정면 땅볼일 때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기 힘들어지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1점이라도 줘선 안 된다는 판단이 섰을 때 활용하는 것이 전진수비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것은 kt가 이 방법을 0-0 동점이던 경기 초반에 썼다는 것이다. 보통 뒤지고 있는 팀이 추가 실점을 하면 안 되겠다고 느낄 때 전진수비를 하는데, kt는 선취점을 주지 않기 위해 이 카드를 꺼냈다. 선발 장시환이 최고 151km에 달하는 강한 공을 던지고 있었고, 상대 선발 장원준이 3회말까지 다소 불안한 피칭을 했다는 부분까지 감안하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이는 kt의 속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kt는 김상현, 유한준, 이진영 등 다수의 주전급 타자들이 부상으로 인해 1군에 없다. 이날 3번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앤디 마르테마저 첫 타석에 스윙을 하다 허리 통증이 생겨 2회초에 빠졌다. 상대 마운드를 공략할 타자가 없으니 1점도 부담이었을 것이고, 이것이 초반 0-0에서 전진수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배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실패로 돌아갔다. 허경민의 타구는 2루수가 정상 위치에 있었어도 잡지 못할 정도로 날아가 외야 우중간에 떨어지는 적시타가 됐다. 이후 장시환은 박세혁의 볼넷과 가운데 펜스까지 뻗어나간 김재호의 2타점 적시 3루타에 실점이 3점으로 불어났다.
여기서 kt 벤치는 다시 한 번 전진수비를 택했다. 3점까지는 찬스가 오면 따라가려는 시도를 해볼 수 있지만 4점은 어렵다는 계산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박건우의 타구도 평소보다 앞으로 나와 있던 유격수 박기혁의 수비범위를 빠져나가는 중전적시타가 됐고, 0-4로 뒤진 kt는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한 채 경기를 내줬다. 주전들이 빠져 약해진 공격력이 투수의 피칭과 수비 포메이션에까지 악영향을 준 사례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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