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기록’ 하퍼, MVP 자존심 증명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08 05: 41

5월 타율 0.200-출루율 0.422 ‘진기록’
상대 집중 견제 탓, 이겨내고 궤도 오를까
지난해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브라이스 하퍼(24·워싱턴)는 올 시즌 널뛰기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월은 폭발했고, 5월은 완전히 가라 앉았다.

성적만 보면 그 폭을 절실하게 느낄 수 있다. 하퍼는 4월 한 달 동안 23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출루율 4할6리, 장타율 0.714, OPS(출루율+장타율) 1.121, 9홈런, 24타점이라는 어마어마한 성적을 냈다. 그런데 5월 28경기에서는 타율이 2할, 장타율이 0.363으로 뚝 떨어졌다. 홈런은 4개, 타점은 10개에 그쳤다.
한 가지 요인만 타격 부진에 작용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현지에서는 상대팀의 노골적인 견제에 하퍼의 타격감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하퍼의 뜨거운 감을 의식한 상대팀이 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집요한 바깥쪽 승부로 ‘칠 수 있는 공’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인적 타격 슬럼프까지 겹쳤다는 게 부진한 성적을 보는 전반적인 분석이었다.
실제 하퍼는 5월 9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고의사구 3개를 포함해 무려 6개의 볼넷을 골라내는 진기록을 썼다. 당시 조 매든 컵스 감독은 시리즈 내내 굳이 하퍼와 승부하지 않았고, 4연전에서 기록한 볼넷만 무려 13개였다. 물론 모든 팀이 컵스처럼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하퍼는 5월 한 달 동안 9개의 고의 사구를 포함해 31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이런 볼넷의 힘으로, 하퍼는 MLB 역사에 남을 만한 진기록도 세웠다. 하퍼는 타율 2할에도 불구하고 5월 한 달 동안 4할2푼2리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월간 100타석 소화를 기준으로, 타율 2할 이하의 선수로서는 MLB 역대 월간 최고 출루율이었다. 이 타율과 출루율 사이에 하퍼의 딜레마가 있다. 적극적으로 치자니 좋은 타구를 날리기 어렵고, 그렇다고 계속 기다리자니 타격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땅끝까지 떨어진 하퍼의 타격감은 최근 들어 다시 올라오는 추세다. 5월 막판 사구 후유증까지 겹쳐 2경기를 쉰 하퍼는 6월 3경기에서는 타율 3할3푼3리(12타수 4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런 하퍼와 맞대결한 신시내티 투수들은 적어도 컵스 투수들처럼 노골적인 바깥쪽 승부를 하지는 않았다. 6일 경기에서는 4월 16일 경기 이후 첫 3안타 경기를 만들기도 했다. 하퍼를 거르지 못하게 하는 워싱턴의 소폭 타순 조정도 엿보인다.
‘4억 달러’의 몸값이 거론될 정도로 이미 MLB 최고의 스타 중 하나로 성장한 하퍼다. 그런 하퍼에게 5월 한 달은 특별하고 또 중요한 경험이 됐을 법하다. 앞으로도 하퍼에 대한 견제는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하퍼는 어쨌든 이를 이겨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에 계속 당한다면 상당 기간 슬럼프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여유를 갖고 이겨내면 MVP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하퍼의 6월이 주목되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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