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김재호 수비 시프트 비밀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6.09 05: 49

타자에 따라 다른 수비 시프트 생각
오재원과 이루는 키스톤 콤비는 리그 최강
 두산 베어스의 키스톤 콤비(김재호-오재원)는 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한다. 특히 김재호(31)는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표팀의 주전 유격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재호와 오재원이 이루는 조합은 김태형 감독을 안심시킨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kt wiz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재호와 오재원이) 안타 몇 개를 잡아낸다. 그게 투수들에게 주는 영향이 크다. 그렇게 (상대 공격의) 흐름을 끊어주는 것이 본인들이 나가서 안타를 치는 것보다 크다”고 이야기했다.
부드러운 수비 동작도 돋보이지만, 수비에서 적절한 개인 시프트를 이용해 일반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없는 타구도 평범한 타구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장점이다. 워낙 개인적으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고 감각도 뛰어나 벤치에서도 크게 관여하지 않는다. “수비코치님도 보통 믿고 맡겨주신다. 가끔 너무 많이 이동했을 때만 감독님이나 코치님이 조금씩 (위치를) 조정해주신다”는 것이 김재호의 설명이다.
김재호의 수비 시프트 구상은 경기 전부터 시작된다. “투수의 구종에 따라서 위치가 바뀌고, 타자의 타격에 따라서도 바뀐다”는 그는 “경기 전에 상대 팀이 배팅 연습을 할 때부터 타구가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지켜본다. 보통 스윙은 (경기에서도) 일정하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중요한 것은 최초 수비 위치보다는 스타트다. 김재호는 “타자에 따라 서있는 위치를 크게 바꾸지는 않지만, 스타트를 빠르게 한다. (투수가 공을 던지기 전에) 미리 가서 서 있으면 타자가 공의 코스를 예측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투수가 투구를 위해 다리를 들 때쯤에는 움직여도 괜찮다.
한 가지 독특한 것은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다. 보통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 코스에 공이 가면 타자가 이를 당겼을 때 3루측 파울라인 근처 혹은 3루수와 유격수 사이로 간다고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유격수도 오른쪽으로 발을 내딛을 것이라고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김재호의 생각은 다르다. “(우타자 기준) 몸쪽 공이 가면 오른쪽(3루 방향)이 아니라 그 반대로 간다. 어차피 몸쪽 공은 타자가 쳐도 파울이 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우타자가 당긴 몸쪽 볼은 파울일 가능성이 높으니 그보다 그라운드 중앙으로 갈 타구에 대비해 2루 베이스 방향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혹시 페어 지역으로 들어오더라도 수비 범위가 넓고 타구 처리 능력이 좋은 3루수 허경민이 있으니 의지할 수 있다. 대신 내야 가운데로 향하는 타구는 포지션 특성상 2루수인 오재원보다 유격수인 김재호가 잡는 것이 1루 송구에 유리하기에 거기에 좀 더 중점을 둔다.
둘의 하모니는 화려하면서도 견고하다. 특히 병살 플레이를 연결할 때마다 시간을 최대한 절약하며 1루수 미트로 공을 보낸다. 마운드에 선 투수에게는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는 환경을 제공한다. 유희관은 김재호-오재원 키스톤 콤비와 함께 뛰는 것에 대해 “만리장성이나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뒤에 있는 느낌이다”라고 말할 정도다. ‘캡틴 두산’인 김재호는 부단한 연습과 연구로 자신만의 방패를 스스로 만들어냈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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