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CJ와 롱주의 경기가 끝나고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와 경기 내용을 담은 기사에는 경기의 질에 대한 혹평과 비판이 줄을 이었다. 반면 8일 삼성과 진에어 경기 후에는 명승부라는 평이 주를 이뤘다. 두 경기 모두 눈치 싸움이 주를 이뤘던 장기전이었지만 왜 서로 상반된 평가를 얻게 됐을까.
60분이 넘게 지속됐던 롱주와 CJ의 1세트를 살펴보면, 승기가 왔다갔다하는 치열한 전투였지만 긴박감을 느끼긴 힘들었다. 분위기가 전환되는 시점이 둘 중 한 쪽이 기적적인 한타를 보여주거나 날카로운 플레이로 상대를 잘라먹는 타이밍이 아니었고, 순전히 실수로 인해 주도권을 넘겨 받아 경기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유리한 상황에서 상대의 인원 배치를 확인하지 않은 채 먼저 싸움을 걸어 패하던 롱주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양 팀 모두 확정 CC 스킬을 하나도 보유하지 않아 강제 이니시에이팅 수단이 부족했던 것도 경기가 길어지는데 한몫 했다. 밴픽과 조합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2세트는 CJ가 확정 CC기를 보유한 마오카이를 활용해 초중반 한타에서 롱주의 발을 제대로 묶으며 승기를 가져갈 수 있었다.

한타 집중력과 결단력에서도 아쉬움이 드러났다. 이길 수 있는 전투서 타켓이 갈리거나 스스로 진영이 붕괴되며 패배는 경우가 잦았고, 딜러진의 한타 포지션이 아쉬울 때도 많았다. 상대가 다수로 밀고 들어오는 걸 인지하고도 타워 다이브을 허용하거나, 오브젝트를 두고 우왕좌왕하는 모습도 보였다. 즉 두 팀의 경기가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치열한 눈치 싸움이나 우위를 가릴 수 없는 한타 능력 때문이 아닌 서로의 실수와 아쉬움이 쌓였던 결과다.
삼성과 진에어의 경기도 전체적인 양상은 비슷하다. 혹시 모를 위험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쉽사리 전투를 걸지 않았고, 경기는 50분 가까이 지속됐다. 하지만 그 안에 운영이 있었다.
삼성이 탑에 힘을 실으면 진에어는 미드나 봇에 압박을 가해 이득을 챙겼다. 진에어가 미드 타워를 철거하자 삼성은 그 직후에 생긴 잠깐의 공백을 활용해 똑같이 미드 타워를 밀어냈다. 자신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한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쪽에서 싸움을 걸면 무작정 후퇴하지 않고 진영을 다잡으며 자신의 턴을 기다렸다. 결국 승자는 역공 타이밍을 더 잘 잡았던 삼성이 됐다.
두 경기 모두 버티고 버티는 드러눕기 식 경기 양상이었지만, 그 버티기가 자의적이었는지 타의적이었는지의 차이가 경기 수준을 뒤바꿔버렸다. 극단적으로 평하면 상위권 싸움과 하위권 싸움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 경기라고 볼 수 있겠다.
장기전은 직접 뛰는 선수들이나 지켜보는 팬들이나 모두에게 힘겨운 싸움이다. 그런 만큼 경기 후에 선수들이 느끼는 보람이나 팬들이 느끼는 즐거움이 배가 돼야 한다. 실수가 쌓여 길어지는 경기가 자주 나온다면 불만족과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다. CJ와 롱주가 지난 경기의 아쉬움을 교훈 삼아 앞으로 더 좋은 경기력을 뽐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yj01@osen.co.kr
[사진] 삼성 갤럭시(위)와 CJ 엔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