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안타는 물론, KBO리그 통산 최다안타 응시
타격폼 수정으로 더 높이 도약, “타격에는 끝이 없어”
박용택(37)이 없는 LG 트윈스는 상상할 수 없다. 부상으로 잠시 쉬어갔지만, 최고의 선발 복귀전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박용택은 8일 잠실 삼성전에 1번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3일 수원 kt전에서 헤드샷을 당한 후 첫 선발 출장. 많은 이들이 사구 후유증을 우려했으나, 박용택은 첫 타석부터 불을 뿜으며 최고의 경기를 했다. 1회 리드오프 홈런과 7회 쐐기홈런 포함, 6타수 4안타 4타점의 만점활약을 펼친 것이다. 박용택의 개인 통산 10번째 멀티홈런 경기였고, LG는 12-6으로 삼성에 승리, 2연패 탈출과 함께 4위 자리도 사수했다.
그러면서 박용택은 전설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날 4안타로 통산 1934개 안타를 기록, 2000안타 달성에 안타 66개만 남겨뒀다. 지금 페이스라면 8월, 아무리 늦어도 9월에는 대기록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역사에서 2000안타 달성자는 5명밖에 없다. 그런데 박용택의 시선은 2000안타 너머에 있다. KBO리그 역대 최다안타를 기록하는 게 목표다. 그래서 항상 연구하고 훈련한다.
지난해 타격폼을 대폭 수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박용택은 2015시즌 후반기부터 임팩트시 왼손을 놓는 타격을 하고 있다. 2014시즌 출루율 4할을 기록했으나 실패한 6할을 돌아보며 반성하면서 변화를 선택했다.
박용택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그동안 원치 않은 땅볼이 많이 나온 게 큰 고민이었다. 2014시즌 출루율 4할3푼을 기록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당시 내가 리그에서 2루 땅볼이 제일 많았다. 원바운드나 투바운드로 야수에게 잡히는 기분 나쁜 타구가 계속됐다”며 “돌아보니 두 손을 쓰면서 나도 모르게 힘을 많이 줬다. 정말 치기 쉬운 공에 힘이 너무 들어가면서 스윙 궤적이 짧아지고 지나치게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들이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타격폼이 정립되는 과정이지만, 박용택은 의도했던 결과를 만들고 있다. 우측으로 향하는 타구의 비율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4시즌(좌측 124개·가운데 96개·우측 175개)보다 2015시즌(좌측 139개·가운데 120개·우측 152개)에 균형을 맞췄고, 올 시즌(좌측 58개·가운데 32개·우측 61개)은 좌우 타구 비율이 거의 1:1이 됐다. 박용택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09시즌(좌측 139개·가운데 109개·우측 144개)과 비슷한 형태로 타구가 분포되고 있는 것이다.
8일 경기 후 박용택에게 새로운 타격폼을 마스터한 것이 아니냐고 묻자 “2루 땅볼이 많이 줄어든 것은 맞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게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다. 아마 10,000타석 정도 들어가면 스윙이 완성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양준혁 선배가 통산 8800타석(정확히 8807타석) 소화하셨다. 쉽게 말해 타격에는 끝이 없다”며 “이치로 선수 인터뷰를 보니까 4타수 2안타로 안타 2개를 쳐도 실패한 두 타석을 돌아보며 매일 보완한다고 하더라. 타격이란 게 그렇다. 평생 연구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 43세의 이치로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통산 3000안타 돌파를 바라보고 있다. 박용택 또한 앞으로 5년을 더 뛰면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타수를 남기려 한다. 박용택은 지난 4년 동안 매년 150안타 이상을 기록, 이 부문 KBO리그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페이스가 유지된다면, 양준혁의 최다 안타 기록(2318개)을 3년 안에 넘어선다.
한편 박용택은 팀의 고참 선수로서 올 시즌 LG를 바라보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기복도 있지만, 젊은 선수들의 에너지가 팀에 긍정적인 작용도 한다고 밝혔다.
박용택은 “올 시즌 팀에 변화가 많은 만큼, 경기력이 차이가 큰 점은 분명히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롤러코스터와 같은 최근 모습이 반복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지금처럼 4위안을 유지하면 팀이 계속 더 좋아질 것이라 본다”면서 “젊은 선수들이 많은 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포스트시즌서 신인급 선수가 미치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이는 어린선수가 분위기나 중압감 같은 것을 모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플레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우리 젊은 선수들도 분위기에 막 휩쓸리지 않고 자기 플레이에만 집중해서 좋은 결과를 낼 때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