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볼티모어 현지 언론과 팬들이 김현수(28)를 부르는 애칭은 ‘히팅 머신’이다. 한국에서 ‘타격 기계’로 불렸던 김현수의 타격 능력을 인정하는 장면이다. 기록만 봐도 김현수의 뛰어난 안타 생산 능력을 엿볼 수 있다.
김현수는 9일(한국시간)까지 25경기에서 87타석을 소화하며 타율 3할7푼2리, 출루율 4할3푼7리, 장타율 0.474의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시즌 초반에는 다소 행운이 가미된 안타도 있었지만 지금은 좋은 타구질로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어 영양가도 높은 편이다. 자신감을 찾은 듯 특유의 감각적인 타격이 나오고 있다.
물론 아직 규정타석과는 한참의 거리가 있지만 김현수의 기회 대비 안타 생산력은 볼티모어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다. 선수가 가진 각자의 특징은 있지만 정확도만 놓고 보면 김현수는 MLB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팀 내 동료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의 어려움을 이겨낸 성과라 더 값지다.

실제 김현수는 올 시즌 25경기 중 17경기에서 1안타 이상을 기록했다. 68%다. 25경기 이상 출전 선수 중 이 부문에서 김현수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볼티모어 선수는 올해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 레이스에 합류한 매니 마차도(74.1%), 주전 포수 맷 위터스(72.5%),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먼저 20홈런 고지를 밟은 마크 트럼보(70.7%) 정도다.
주전 2루수로 꾸준히 경기에 나서고 있는 조나단 스쿱은 67.2%, 팀의 리더 중 하나인 아담 존스는 출전 경기의 63%에서 안타를 쳐냈다. 한때 김현수의 경쟁자였던 조이 리카드는 56경기 중 33경기(58.9%)에서 안타를 치는 데 그쳤다. 수비나 주루는 몰라도 공격에서는 김현수가 리카드보다 훨씬 더 뛰어나고 꾸준한 생산력을 보여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타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안타로만 한정한다면 몰아치기 능력은 팀 내 최고다. 올 시즌 선발 출전 대비 멀티히트 비율이 가장 높다. 김현수는 9일까지 20경기에 선발 출장했는데 이 중 8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선발로 나가면 40%의 확률로 2안타 이상 경기를 했다는 뜻이다.
2위는 마차도로 36.2%, 3위는 트럼보로 32.8%를 기록 중으로 세 선수만 30%를 넘겼다. 위터스가 24.3%, 존스가 23.1%, 스쿱이 22.4%로 그 다음이다. 리카드는 선발 45경기에서 10번의 멀티히트 경기를 기록해 22.2%였다.
물론 이 수치를 두고 “김현수가 볼티모어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이 수치에서 팀 내 하위권을 기록 중인 크리스 데이비스보다 김현수가 더 좋은 타자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2년 700만 달러의 연봉, 볼티모어가 김현수를 영입할 당시 정확도와 출루율을 염두에 뒀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적어도 “김현수의 영입은 성공적으로 가고 있다”라는 논지를 펴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