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 無’ 손승락, 롯데 선택 증명하나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10 06: 14

롯데는 지난해 불펜 투수들이 총 18번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다. 리그에서 가장 많았다. 물론 마무리 투수들이 저지르는 결정적 블론세이브는 이보다 적었지만 ‘롯데 시네마’라는 달갑지 않은 애칭이 붙을 정도로 불펜 전력이 좋지 않았다.
그런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을 누볐다. 셋업맨 임무를 할 선수로 윤길현을 4년 38억 원에 영입했다. 그리고 불펜 강화의 화룡점정을 찍을 선수로 손승락(34)을 낙점했다. 4년 6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단일 FA 시장에서 불펜에 98억 원을 쏟아 부은 팀은 전례를 찾기 어려웠다.
그런 롯데는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 윤길현이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손승락은 8일 시즌 10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덕분에 표면적인 블론세이브는 확 줄었다. 롯데는 올 시즌 3번의 블론세이브만을 기록, 리그 평균(5번)보다 적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손승락의 블론세이브는 단 한 번도 없었다.

2.98의 평균자책점에서 보듯 경기 내용이 모두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무리투수는 어쨌든 팀의 승리를 지켜내면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포지션이다. 마무리투수가 무너지면 그 전 필승조 소모까지 고려할 때 3연전, 혹은 일주일 계획이 다 꼬이기 마련이다. 그런 측면에서 10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모두 세이브를 거둔 손승락의 존재 가치는 매우 중하다.
역대 세 번째 7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거둔 손승락은 아홉수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1⅓이닝 동안 볼넷 3개를 내주며 고전한 끝에 2실점하고 가까스로 팀의 승리를 지켰다. 손승락은 이날 경기 후 이 기록에 대한 기쁨보다는 경기 내용에 대한 아쉬움부터 먼저 이야기하며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실제 KBO 리그 공식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기록에 따르면, 손승락이 볼넷 3개를 내주면서 세이브를 따낸 것은 그의 통산 187번의 세이브 중 이날이 처음이었다. 여기에 1⅓이닝 이하의 투구이닝에 3볼넷-3탈삼진 세이브는 KBO 리그 역사에서도 처음 나오는 진기한 기록이었다.
하지만 결국 무너지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했다. 그리고 2경기 연속 1⅓이닝을 소화한 점은 높게 평가할 만했다. 롯데는 최근 윤길현 정대현의 부상으로 불펜 전력에 큰 구멍이 뚫렸다. 이에 손승락이 아웃카운트 네 개를 책임지는 상황에 처했다. 순간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 부어야 하는 마무리투수에게 한 번의 공수 교대 시간을 거쳐야 하는 포아웃 세이브는 난이도가 높다.
그러나 팀에 대한 책임감으로 무장한 손승락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올 시즌 벌써 4차례나 1⅓이닝 세이브를 기록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손승락이 롯데의 선택을 조금씩 느낌표로 바꿔놓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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