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좌완 외국인 투수 크리스 세든(33)이 구단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최근 급격히 무너지는 모습으로 퇴출 위협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세든은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동안 43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한 뒤 조기 강판됐다. 최근의 부진을 씻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6연패에 빠진 SK도 세든을 더 기다려 줄 수는 없었다. 6-4로 앞선 4회 곧바로 세든을 내리고 불펜 총동원을 결정했다.
로테이션상으로 세든은 10일 인천 NC전에 등판할 차례였다. 하지만 직전 2경기에서 모두 조기강판돼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고, 롯데전에 강하다는 점을 고려해 일찌감치 로테이션 변경이 이뤄졌다. 즉흥적인 결정은 아니었다. 그러나 세든은 벤치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팀이 0-2로 뒤진 2회 2점을 지원해줬지만 3회 곧바로 2실점하는 등 고전을 거듭했다.

1~2경기 정도 부진할 수는 있지만 세든의 부진이 꽤 길게 간다는 점은 우려할 만하다. 여기에 투구 내용도 좋지 못하다. 세든은 5월 이후 7번의 등판에서 4번이나 4자책점 이상 경기를 했다. 4월 한 달 동안 3승1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던 세든은 5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04를 기록했으며 6월에는 더 내용이 좋지 않다. 최근 3번의 등판에서는 모두 4회 마운드를 밟지 못했으며 3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14.72에 이른다.
9일 세든의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39㎞에 그쳤다. 주무기인 체인지업 최고 구속은 124㎞까지 떨어졌다. 세든이 구속을 무기로 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2013년 리그 다승왕을 차지할 당시는 최고 140㎞ 초·중반의 구속에 평균 140㎞ 초반대의 구속은 유지했었다. 하지만 구속이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의 각까지 무뎌지면서 난타당하고 있다.
이에 세든을 퇴출시키고 대체 외국인 선수 수급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세든의 기량은 이미 2013년 당시의 모습이 아님이 지난해부터 드러났다. 구단에서는 6이닝을 3~4실점으로 막으며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최대 기대치로 잡고 있지만 최근 경기 내용은 이에도 현격하게 못 미친다. 세든이 연속 조기강판됐다는 것은, 현장에서도 세든의 기량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점으로 풀이할 수 있다. 특히 9일은 그랬다.
현재 MLB 인력시장을 고려했을 때 당장 좋은 외국인 투수를 잡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MLB 쪽에 미련을 두고 있는 선수들이 적지 않다. SK도 외국인 담당자의 현지 파견 등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 당장 내일 새 선수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힘이 빠지며 순위가 미끄러지고 있는 팀 상황을 고려할 때, 여름에 버틸 수 있는 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명의 외국인은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팀 안팎에서 공감을 얻고 있다. 지난해 한화를 살린 에스밀 로저스와 같은 특급 선발이 들어오면 좋겠지만, 여건상 그렇지 못하다면 과감히 외국인 타자 2명으로 가는 승부수도 구단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다. 세든의 운명, SK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