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하지 않은 지그재그, 두산 타선 숨은 강점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6.10 06: 16

100% 전력 아니지만 여전히 강력한 타선
좌, 우타자 번갈아 나오는 새로운 장점 생겨
 뜻하지 않게 ‘지그재그 타선’이 만들어졌다. 타자 개개인이 강력한 두산 베어스가 조합으로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두산은 지난 kt와의 주중 3연전에서 1번부터 9번까지 계속 우타자와 좌타자가 번갈아 나오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7일 경기에서는 박건우-정수빈-민병헌-김재환-에반스-오재원-허경민-박세혁-김재호 순의 타선이 구성됐다. 9번 김재호 다음에 1번 박건우가 나오는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면 우타자나 좌타자가 2명 연속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경우가 없었다.
옆구리 통증이 있던 오재일이 복귀하고 목 부위 담 증세가 있는 오재원이 빠진 8일과 9일은 라인업이 같았는데, 이때도 7일과 마찬가지로 지그재그 타선이었다. 최근 2경기 동안은 타선이 박건우-최주환-민병헌-오재일-에반스-김재환-허경민-박세혁-김재호 순이었다.
김태형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발목 부상을 당한 양의지가 빠져 있는 상황에서 변동이 생기다 보니 만들어진 것이었다. 만약 양의지가 있었다면 박세혁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 주전 중 우타자가 6명이 된다. 현재 전력으로 최적의 조합을 찾으면서 자연스레 생긴 라인업이었다.
지난 9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kt와의 경기 선발 라인업을 살펴본 취재진이 지그재그로 타순이 구성됐다는 말을 꺼내자 김 감독은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실제로 부상자가 없었을 때 좌우 균형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라인업이 자주 등장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의도적으로 짠 것이 아니라는 점은 이해 가능했다.
두산의 라인업 제 1원칙은 ‘좌우에 관계없이 강한 조합을 만드는 것’이다. 변칙적인 라인업을 들고 나올 때도 적용되는 원칙이다. 일례로 7-6으로 승리한 지난 4일 잠실 SK전에서는 김재호가 1번으로 나왔는데, 양의지가 없는 가운데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적의 타선을 만들려는 고민 속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선구안이 뛰어나고 투수가 많은 공을 던지게 만드는 김재호를 당시 1번으로 기용한 것이 경기 초반 공을 많이 보게 하려는 전략이었는지 묻자 김 감독은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 “(박)건우를 5번으로 내리려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김)재호와 (허)경민이 중에 누구를 쓸까 하다가 재호를 1번으로 썼다”라고 설명했다. 페이스가 좋던 박건우에게 많은 찬스가 돌아가도록 그를 중심타선에 놓는 것이 우선순위였다.
양의지가 부상을 당한 이후 두산 라인업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재일이 돌아오면서 또 한 번의 변화가 있었고, 오재원이 합류하면 또 바뀔 것이다. 단 오재원이 최주환 자리인 2번에 들어가면 지그재그 타선은 유지된다. 우, 좌타자가 번갈아 나오면 상대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잡기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만병통치약이 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기량이라면 다른 손으로 치는 타자가 계속 나오는 것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
현재 100% 전력이 아닌 두산은 가진 힘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여러 조합들을 시험해보는 과정 속에 있다. 우타자, 좌타자가 차례로 어우러져 만드는 타선이 두산의 최대 장점은 아니지만, 여러 장점 중 하나인 것은 맞다. 이 타선이 롯데 자이언츠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효력을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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