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정수민 깜짝 3연승, 두산 허준혁도 3승째
한화 장민재, 롯데 박진형...무너진 선발진 메워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다. 시즌을 치르면서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이 나면 감독으로선 가장 곤혹스럽다. 그런데 빈 자리를 기대 이상으로 메워주는 '임시 선발'의 호투가 눈에 띈다. '임시'라고 만만하게 볼 수 없다. 얕봤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NC의 정수민(26), 한화의 장민재(26), 두산의 허준혁(26), 롯데의 박진형(22)은 임시 선발 기회를 잡고 깜짝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자리에 대한 절실함, 오랜 시간 준비해온 노력이 빛을 내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감독은 흡족하다.
NC의 신인 투수 정수민은 에이스 해커의 팔꿈치 부상 공백을 100% 메우고 있다. 정수민은 지난 5월 중순 해커가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후 4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무패를 기록 중이다. 압도적인 구위라고는 할 순 없지만 22이닝 동안 3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64의 놀라운 숫자를 찍고 있다.
최고 148km의 직구는 회전수가 많아 묵직한 맛이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익힌 포크볼이 필살기가 됐다. 아직 상대팀들로부터 전력 분석이 덜 된 장점도 있다. 최근 두산과 넥센을 상대로 12⅓이닝 무실점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문 NC 감독은 "용병이 빠졌는데 정수민이 기대이상으로 잘해줘서 팀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한화는 외국인 투수가 번갈아 2군을 내려가고 시즌 초반 선발진이 붕괴되며 9일까지 12명의 투수가 선발로 등판했다. 장민재는 5월 중순부터 선발로 4경기 나와 1승1패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 중이다.
지난 2일 대전 SK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무려 1813일만에 승리 감격을 누렸다. 지난 8일 대전 KIA전에서도 5회까지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비록 6회 실책이 빌미가 돼 위기에 몰렸고, 이범호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승리에는 실패했으나 2경기 연속 안정된 투구를 보여줬다. 주무기 커브와 과감한 몸쪽 승부가 잘 먹히고 있다.
허준혁은 노경은의 이탈로 임시 선발로 기회를 잡았다. 이미 지난해도 니퍼트 등의 부상으로 임시 선발로 나선 경험이 있다.
허준혁은 선발 6경기에서 3승2패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 중이다. 6경기에서 절반인 3차례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선발 14경기에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67을 기록했는데, 올해 벌써 지난해 승수를 챙겼다. 이제는 선두 두산의 5선발 자리를 확실하게 꿰찼다.
롯데에는 2년차 우완 박진형이 있다. 박진형은 불펜으로 나서 좋은 성적(13경기 2홀드 평균자책점 3.12)을 보이자, 송승준의 부상 이탈과 이성민의 부진으로 인한 선발진 공백을 메울 임시 선발로 승격됐다.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 중이다. 그는 지난 5월 22일 첫 선발 등판한 두산과의경기에서 5이닝 무실점으로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렸다. 지난 3일 NC전에서는 7회 1사까지 노히트 피칭을 하다가 박석민에게 불의의 투런 홈런 한 방을 맞고 7이닝 2실점 10탈삼진으로 호투했다. 9일 인천 SK전에서 2⅔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지만 구멍난 롯데 선발진에서 기대주가 됐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박)진형이가 선발진의 비어있는 한 자리를 정말 잘 메우고 있다"고 칭찬했다. /orange@osen.co.kr
[사진] 왼쪽부터 NC 정수민, 두산 허준혁, 롯데 박진형, 한화 장민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