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택, 작년부터 유강남 집중마크
상하위타선 이끌며 LG 공격력 향상
최근 LG 트윈스는 상위타선에서 박용택이, 하위타선에서 유강남이 중심을 잡고 있다. 둘의 활약을 통해 LG는 지난 10경기에서 모두 10안타 이상을 기록했고, 주중 삼성과 3연전 위닝시리즈에도 성공했다. LG의 현재와 미래가 거대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성적만 봐도 눈부시다. 박용택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3할5푼9리 OPS 0.969로 타선의 만능키 역할을 수행 중이다. 1번 타자든 3번 타자든 팀이 필요로 하는 자리에서 최고의 결과를 낸다.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선 개인통산 10번째 멀티홈런 경기를 만들기도 했다.
유강남은 더 뜨겁다. 5월 24일 1군 복귀 후 14경기에서 타율 4할1푼7리 OPS 1.189를 찍고 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클러치 능력이다. 안타 15개로 15타점을 올리며 하위타선의 4번 타자가 됐다. 지난 9일 잠실 삼성전에선 박용택의 뒤를 이어 멀티홈런을 달성했다. 삼성 선발투수 장원삼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치면서 개인통산 첫 멀티홈런 경기에 성공했다.
흥미로운 점은 박용택과 유강남이 끈끈한 멘토와 멘티 관계라는 것이다. 최근 2년 동안 박용택이 유강남의 멘토로, 유강남은 박용택의 멘티가 되고 있다.
시작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였다. 박용택은 “작년 스프링캠프에서 강남이가 내 옆방을 썼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라커룸 옆자리도 강남이다”며 “스프링캠프부터 강남이와 이야기도 많이 하고, 훈련도 많이 시켰다. 타격에서 좋은 것을 참 많이 갖고 있는 후배다. 강남이는 아마 점점 더 잘 칠 것이다 ”고 밝혔다.
유강남 또한 “작년부터 용택 선배님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듣는다. 특히 타격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하는데 용택 선배님께서 가장 강조하는 게 ‘힘 빼고 치는 것’이다”며 “작년 캠프 때는 일정이 끝나면 용택 선배님이 하는 루틴을 그대로 따라하곤 했다. 솔직히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웨이트부터 순발력 훈련까지 정말 혹독하다. 한 번 하고 나면 바로 잠들곤 했다”고 전했다.
캠프 기간 박용택의 방은 LG 젊은 야수들에게는 지옥훈련장이다. 타격 조언을 구하러 박용택의 방에 들어갔다가 밤샘 훈련을 받고 초주검이 되는 경우가 많다.
LG의 한 신예야수는 “박용택 선배님께서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타격 영상들을 보여주셨다. 브라이스 하퍼 같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스윙을 보여주시면서 힘이 아닌 몸의 회전을 강조하셨다. 그런데 점점 야구시청에서 훈련모드로 변하더라”며 “선배님께서는 매일 자기 전에 힙턴을 해온다며 내게 시키셨고, 그 다음에는 악력 훈련에 들어갔다. 박용택 선배님께서 매일 하시는 모든 훈련을 따라했는데 나는 횟수를 다 채우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처음에는 그저 야구를 보며 즐거웠는데 방에서 나왔을 때는 녹초가 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용택은 이를 두고 “모든 후배들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지는 않는다”고 웃으며 “강남이는 이를 이겨낼 수 있다고 보고 시켰다. 후배들마다 대하는 방법이 다르다. 잔소리가 통하는 후배가 있는가하면, 그냥 놔둬야하는 후배도 있다. 강남이는 자극을 주면 더 열심히 하고 실력이 느는 스타일이다”고 말했다.
LG는 올 시즌 지난해보다 부쩍 나아진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다. 팀 타율 2할8푼2리로 리그 5위, 팀 OPS 0.776으로 리그 6위다. 경기당 평균 5.40점을 기록하며 리그에서 4번째로 많이 점수를 낸다. 2015시즌에는 팀 타율 2할6푼9리로 9위, 팀 OPS도 0.738로 9위, 경기당 평균 득점도 4.54로 9위였다. LG의 이러한 공격력 향상에는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박용택의 건재와 유강남의 도약이 자리하고 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