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라니까".
얼마전 타계한 유명 복서 무하마드 알리를 연상시키는 말이 김기태 감독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최근 극심한 부진한 타격을 하는 KIA 외국인타자 브렛 필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었다. 김감독은 "요즘 필이 너무 딱딱한 타격을 한다.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다 빠르게 스윙하라는 의미에서 했던 말이다"고 설명했다.
필은 9일 대전 한화전에서 3안타 3타점을 터트렸다. 전날까지 최근 17타수 연속 무안타의 부진에 빠졌지만 모처럼 맹타를 휘두르며 부진 탈출의 신호탄을 쏘았다. 김기태 감독이 경기전 필을 붙잡고 말한 내용이 바로 알리의 움직임이었고 나름 성공을 거두었다.

10일 광주에서 만나 삼성선발투수는 윤성환. KIA에게는 유난히 강한 투구를 한다. 올해도 2경기에 등판해 1패를 했지만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윤성환에게 가장 강한 타자는 브렛 필이었다. 3타수 3안타에 2루타와 홈런이 각각 1개씩 있었다.
필과 윤성환의 승부가 하이라이트였다. 2회 첫 타석은 밀어쳤지만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4회말 2사3루에서 윤성환의 5구를 그대로 걷어올렸다. 바깥쪽 스크라이크존으로 떨어지는 커브였지만 필의 방망이에 제대로 걸렸고 그대로 120m짜리 중월투런포로 이어졌다.
윤성환의 실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한 방은 승부를 결정냈다. KIA 투수들은 삼성타선을 9회까지 5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4-0 완봉을 릴레이했다. 윤성환은 8회까지 마운드에 올랐지만 이범호에게 좌월투런포를 맞고 고개를 떨구었다. 천적에게 당한 한 방이 두고 두고 아쉬운 장면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