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헛스윙한 뒤 실투 놓치지 않고 홈런
16호 홈런으로 테임즈, 히메네스와 공동 1위
일반적으로 헛스윙은 투수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준다. 하지만 거포의 헛스윙은 반대로 투수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김재환(28, 두산 베어스)의 헛스윙은 홈런을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두산은 김재환의 역전 스리런홈런을 앞세워 5-3으로 승리했다. 선발 이명우에게 눌렸으나 불펜 공략에 성공한 선두 두산은 2연승하며 41승 1무 16패가 됐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6번타자 김재환이었다. 결승타가 된 그의 역전 3점홈런이 터진 것은 6회말. 1-2로 뒤지던 두산은 무사 1, 3루 찬스에서 박건우의 볼넷과 동시에 강영식의 폭투가 나와 2-2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진 1, 2루에서 김재환이 볼카운트 3B-2S에 우측 담장을 넘겨 5-2를 만들었다.
과정도 흥미로웠다. 제구가 흔들린 강영식이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해 볼카운트 2B이 됐을 때 김재환은 스트라이크존보다 한참 낮은 곳에 들어온 공에 헛스윙했다. 그리고 볼 하나를 골라 더 유리한 카운트가 되자 또 한 번 헛스윙했다. 스트라이크존에 확실히 들어왔다고 보기는 어려운 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풀카운트에서 6구째 슬라이더(133km)가 몸쪽 가운데로 들어오자 놓치지 않았고, 이것이 승부를 가르는 홈런이 됐다.
김재환의 전략은 성공했다. 두 번 헛스윙한 뒤 결과가 아웃이었다면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무분별한 스윙을 하며 볼넷을 얻지 못했다고 비판받을 수도 있었지만, 이미 2B, 3B-1S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둔 상황에서 나온 헛스윙이기에 마지막 공 하나만 골라내면 큰 문제가 없는 환경이기도 했다. 물론 기다렸던 실투가 나온 덕에 결과 역시 최상이었다.
때로는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는 것을 약간 늦추거나 포기하더라도 가끔 장타 한 방으로 볼넷보다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면 괜찮은 거래다. 김재환은 신중하게 고르기보다 과감한 공격을 선택했고, 그것이 이번에는 적중한 것이다.
2회말 첫 타석에서의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친 김재환은 시즌 16호 홈런을 터뜨려 다시 이 부문 공동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것은 두 명의 외국인 선수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 루이스 히메네스(LG 트윈스)다.
잠실에서 다시 한 번 대포를 쏘며 지난달 31일 마산 NC전 이후 홈런이 나오지 않아 다소 주춤했던 홈런 페이스에도 다시 붙이 붙을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5월 리그 MVP까지 차지한 김재환의 장타가 6월에도 폭발하고 있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