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만 노리다 문제 있었다".
지난 1월 브렛 필이 애리조나 캠프에 합류했을때 김기태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확 달라진 몸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단단한 근육남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그는 "홈런을 많이 못친다는 말에 신경이 쓰였다. 올해는 홈런을 많이 쳐 그같은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필은 데뷔 2년째 타율 3할2푼5리, 101타점을 생산하며 커리어하이를 찍었다. 그러나 홈런은 22개게 그쳤다. 에릭 테임즈(NC), 나바로(당시 삼성) 등이 40~50개의 홈런을 치는 모습과 비교되었다. 자존심이 상했고 벌크업과 홈런증산을 약속하기 이르렀다.

개막이 되자 뜻대로 되지 않았다. 꾸준히 3할대를 유지하기는 했지만 홈런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유인구에 잘 속는 타격슬럼프가 찾아왔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가벼운 스윙으로 타점을 올리는 모습이 적어졌다. 찬스에서도 방망이를 헛돌리거나 병살로 물러나는 일이 잦았다. 17타수 연속 무안타의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왔다.
타율 3할도 위협받았다. 그러나 6월 9일 대전 한화전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결승타 포함 3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반전의 실마리를 찾았다. 타석에서 조급함이 사라졌고 유인구도 잘 참고 득점타를 터트리는 예전의 필로 돌아왔다. 그리고 10일 광주 삼성전에서는 윤성환을 상대로 선제 결승 투런포를 날렸다. 15일만에 터진 시즌 6호 홈런이자 2경기 연속 결승타였다.
계기는 김기태 감독의 조언이었다. 홈런만 노리다보니 타격폼이 너무 딱딱하게 변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신 몸을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마음속으로) 순간적으로 강한 타격을 주문했다. 타계한 유명복서 알리의 '나비처럼 날다 벌처럼 쏘라'는 말과 함께였고 거짓말처럼 필의 모드를 되찾았다.
필은 10일 4-0 승리를 이끈 뒤 고백을 했다. 그는 "잘 던진 어린 투수들에게 내 홈런이 선물이 되어 기쁘다. 최근 타격 부진이 길어지면서 작년 좋을때 비디오를 봤다. 올해 홈런에 욕심이 들면서 힘이 들어가고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코치들의 도움으로 컨택에 신경을 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과한 스윙을 버리고 가볍게 친다는 타격자세가 2경기 연속 결승타를 이끌었다. 필의 부진은 KIA의 부진으로 이어졌지만 필의 회복은 KIA의 연승을 불렀다. 그리고 홈런까지 찾아왔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말이 절로 맞아떨어지는 필의 회복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