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강정호, 승부처 맞대결로 더 빛났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6.06.11 12: 22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과 강정호(29, 피츠버그)가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첫 맞대결을 펼쳤다. 이날 승부에선 오승환이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맞대결을 펼쳤다는 것이 의미 있었다.
오승환은 1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8회말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평균자책점은 1.65에서 1.60으로 낮아졌다. 강정호는 5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결과를 떠나서 두 선수는 메이저리그 투타 맞대결로 야구팬들을 미소짓게 만들었다. 12회까지 이어진 경기는 세인트루이스의 9-3 승리로 끝났다.
세인트루이스와 피츠버그는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으로 오랜 라이벌 관계다. 게다가 이날 경기 전까지 두 팀 똑같이 32승 28패로 시카고 컵스(41승 17패)의 뒤를 잇고 있었다. 중요한 3연전의 첫 경기. 그리고 한국 팬들은 강정호와 오승환의 맞대결을 기다렸다. 메이저리그에서 둘의 맞대결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 또한 KBO리그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 타자의 첫 대결이었다.

피츠버그가 초반부터 2-0의 리드를 잡으면서 맞대결은 성사되지 않는 듯 했다. 하지만 세인트루이스는 8회초 맷 카펜터가 극적인 3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전에 성공했다. 오승환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전 2경기 연속 등판이었으나 이날은 경기에서 대기하고 있는 상황. 마침 피츠버그의 8회말 공격은 1번 타자 부터였다.
오승환은 8회말 첫 상대 타자 션 로드리게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최근 상승세를 그대로 잇는 분위기. 그러나 앤드류 매커친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단숨에 위기에 몰렸다. 그레고리 폴랑코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한 후에는 드디어 강정호와 만났다. ‘셋업맨’ 오승환과 ‘4번 타자’ 강정호의 대결. 1점을 지키느냐, 동점을 만드느냐의 승부처였다. 8회 긴박한 상황에서의 맞대결은 이들의 팀 내 위치를 확인시켜줬다.
결국 함께 웃을 수는 없었다. 오승환은 슬라이더와 패스트볼 2개로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잡았고 4구 슬라이더(86마일)를 던졌다. 스트라이크존을 빠져나가는 바깥 쪽 낮은 코스. 강정호가 이를 좋은 타이밍에 받아쳤다. 이 타구는 중견수 방면으로 빠르게 뻗어 나갔다. 타구의 질이 좋았지만 중견수에게 잡히고 말았다. 한 번의 대결로 끝이 났지만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후 강정호는 1안타를 추가하며 자존심을 세웠다. /krsumin@osen.co.kr
[사진] 피츠버그=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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