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희 감독 부임 후 가장 파격적인 라인업이다”
1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모든 구단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껏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야수 라인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변화의 폭이 큰 스타일은 아닌 김용희 SK 감독의 성향을 고려하면 ‘역대급 파격 라인업’이라는 말도 나왔다.
어느 감독이나 그렇듯, 김용희 감독도 비교적 고정된 라인업을 선호한다. 올해도 어느 정도의 구상은 가지고 있었다. 이명기가 리드오프, 김강민 혹은 고메즈 중 하나가 2번으로 강한 테이블세터를 구축하고, 최정 정의윤 박정권 이재원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골자였다. 하지만 이명기 박정권의 부진, 김강민의 부상, 이재원의 체력 저하로 이런 라인업이 제대로 실현된 적은 없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타격 침체가 겹치며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몇몇 신진급 선수를 라인업에 넣는 등 최근에는 변화의 조짐이 있었지만 아주 파격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여기에 8연승의 파죽지세를 타고 있는 NC는 이날 통산 SK전 16경기에서 7승2패 평균자책점 2.21의 극강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던 이재학을 선발로 냈다. SK는 위기였다.
그 위기 속에 색다른 라인업이 나왔다. ‘이름값’과 전통적인 타순 임무에 연연하지 않고 최근 타격감이 좋고 또 이재학을 상대로 승부가 될 만한 선수들을 대거 투입시켰다. 이재학을 상대로 통산 1할도 안 되는 타율(.045)을 가지고 있는 간판타자 최정을 뺐고, 최근 타격감이 썩 좋지 않은 주축 선수인 이명기도 뺐다.
대신 그나마 꾸준하게 안타를 만들어내고 있는 고메즈와 김재현이 테이블세터에 포진하고, 팀 내에서 타율이 가장 높은 김성현 정의윤이 3·4번에, 역시 최근 타격감이 상대적으로 나은 박재상이 5번에 들어갔다. 김성현은 데뷔 후 첫 3번 출장이었다. 박재상도 전형적인 5번의 유형은 아니었다. 하위타선에는 최정민 최정용이라는 컨택 능력이 있는 신예 좌타자들이 이재학을 잡기 위해 포진됐다.
효과가 있었을까. 적어도 무기력하지는 않았다. 2회 선두 정의윤이 볼넷을 고르자 ‘5번’으로 투입된 박재상이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루타로 힘을 보탰다. 박재상은 이날 경기 전까지 이재학을 상대로 14타석 무안타(1볼넷)로 부진했지만 이날 첫 안타를 장타로 만들었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최정민의 1루수 직선타 때 아웃카운트 두 개가 한꺼번에 올라갔지만 최승준이 우중간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냈다.
김광현이 3회 홈런 두 방을 맞고 역전을 허용했지만 비교적 빠른 시점에 추가점이 나왔다.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박재상이 다시 우익수 옆 2루타를 터뜨렸다. 박재상의 만점 활약. 이어진 1사 2루에서는 최정민이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3루타를 터뜨리며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3-7로 뒤져 패색이 조금씩 짙어가던 5회에는 대타 김강민이 좌월 솔로포를 터뜨리며 벤치의 승부수가 적중했고, 6회 수비부터 경기에 투입된 김민식이 6회 첫 타석에서 우월 2점포를 기록하며 덕아웃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첫 타석에 나선 선수들이 모두 홈런을 쳤다는 점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8회 상황이 아쉬웠다. 선두 박재상이 우전안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김민식 타석 때 버스터 작전이 걸렸으나 컨택에 실패하며 2루로 뛰던 박재상이 죽었다. 최근 들어 잦은 SK의 런앤히트 작전 실패가 또 나오는 순간이었다. 여기에 2사 2루에서는 최승준 타석 때 공이 빠지는 것으로 본 김민식이 2루로 황급히 돌아가다 아웃되며 흐름이 완전히 끊겼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