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태 투수코치가 좋다고 하니까 믿어봐야지".
한화는 11일 대전 LG전 선발투수로 베테랑 우완 송신영(39)을 내세웠다. 에스밀 로저스가 팔꿈치 염증으로 이탈한 뒤 이날 대체 선발이 필요했고, 김성근 감독은 송신영 카드를 꺼내들었다. 경기 전 김 감독은 "정민태 코치가 '송신영이 선발로 쓰자'고 하더라. 좋다고 하니 믿어보겠다"고 기대를 나타냈다.
지난해 넥센에서 선발로 16경기 7승4패 평균자책점 5.60에 5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한 송신영은 올해 한화 이적 후 허벅지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재활을 거쳐 지난달 20일 1군에 등록된 송신영은 구원으로 3경기 2이닝을 던지며 1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1일 대전 SK전 이후 열흘을 쉬었다.

모처럼만의 선발등판. 경기 초반이 중요했다. 김성근 감독도 "불펜은 1~2회부터 스탠바이"라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했다. 1회 LG 1번 박용택에게 좌측 2루타를 맞은 뒤 이병규(7번)에게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루이스 히메네스를 불리한 볼카운트 0-3에서 포수 플라이, 채은성을 초구에 우익수 뜬공 처리하며 추가 실점 없이 첫 이닝을 넘겼다.
2회부터는 안정감을 찾았다. 땅볼 2개와 뜬공 1개로 삼자범퇴한 송신영은 3회 정상호에게 커브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첫 삼진을 잡아냈다. 다시 박용택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했지만 임훈을 2루 땅볼, 이병규를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돌려세우는 위기관리능력을 뽐냈다. 4회에도 무사 1루에서 채은성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한 뒤 5-4-3 병살로 연결해 위기를 극복했다.

2-1로 리드한 상황에서 5회가 마지막 고비였다. 1사 후 정상호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것이다. 투구수는 72개. 선발승까지 아웃카운트 2개만을 남겨 놓았지만 정상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순간 송신영은 직감했다. 덕아웃에서 정민태 투수코치가 올라와 투수 교체를 알렸고, 송신영도 웃으면서 공을 넘겼다.
송신영은 모자를 벗어 선발 기회를 준 정민태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했고, 대전 홈 관중들은 깜짝 선발로 기대이상 호투를 해준 송신영에게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날 송신영은 최고 구속이 139km로 140km도 나오지 않았다. 직구(33개)보다 슬라이더(17개) 커브(14개) 포크볼(5개) 투심(2개) 체인지업(1개) 등 변화구를 더 많이 구사했다. 빠르지 않은 공으로 특유의 템포 조절로 타이밍을 빼앗았고, 볼넷을 하나도 허용하지 않은 제구도 돋보였다.
비록 승리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기대이상 호투로 시즌 평균자책점을 4.50에서 2.84로 낮췄다. 선발이든 중간이든 향후 한화 마운드에서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키웠다. 한화는 이날 LG에 3-5로 재역전패했지만 송신영의 재발견이란 수확을 거뒀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