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는 데 성공한 김현수(28·볼티모어)가 주전 자리를 되찾았다. 하지만 ‘완벽한 주전’까지는 아직 산이 하나 남아있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의 플래툰 구상이다.
김현수는 12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선발 제외됐다. 현지 언론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말투다. 전날 경기 부진(11일 토론토전 무안타)에 영향을 받았기보다는 이날 토론토 선발이 좌완 J.A 햅이었기 때문이다. 13일에 다시 낮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다.
5월 중순 이후 눈부신 활약을 선보인 김현수는 이제 볼티모어에서 뺄 수 없는 선수 중 하나다. 개막 좌익수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김현수에게 밀린 조이 리카드는 최근 벤치로 내려가 교체 출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그러나 쇼월터 감독은 아직 좌완을 상대로 김현수를 붙이는 것을 꺼려하는 모습이다. 실제 김현수는 올 시즌 좌완 상대로 세 타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김현수는 주전으로 발돋움한 이후에도 상대가 좌완 선발일 때는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대신 리카드가 먼저 경기에 들어서는 경우가 생긴다. 우타자인 리카드는 11일까지 좌완을 상대로 타율 2할6푼9리, 출루율 3할3푼3리, 장타율 0.442, OPS(출루율+장타율) 0.776을 기록 중이다. 우완 상대 타율(.231)과 OPS(0.592)보다는 낫다.
리카드도 기회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리카드는 12일 경기에서 2번 우익수로 출전, 햅을 상대로 첫 타석에서 투수 앞 안타를 쳤고 0-3으로 뒤진 4회에는 선두타자로 나와 햅의 94마일(151㎞) 포심패스트볼을 정확하게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홈런(시즌 5호)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세 번째 타석에서 병살타를 기록한 것이 아쉬웠지만 8회 네 번째 타석에서 우완 비아지니를 상대로 깔끔한 좌전안타를 치며 모처럼 3안타 경기를 만들었다.
이날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쇼월터 감독도 당분간은 리카드를 좌완 상대 선발 요원으로 쓸 가능성이 있다. 놀란 라이몰드의 상황까지 보고 유동적으로 선발 라인업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김현수도 좌완에 약한 선수는 아니다. 좌완을 상대로 기량을 보여줄 기회 자체를 잡지 못하는 점은 분명 아쉽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