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최근 3~4년간 팀의 왕조를 열었던 ‘개국 공신’ 여럿과 프리에이전트(FA)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했다. 워낙 수가 많아 다 잡지는 못했다. 오히려 굵직한 선수들을 놓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최정 김강민 조동화 박정권 채병룡 박재상 등이 팀에 남았다. 그런데 효율은 오히려 금액이 적었던 두 선수가 으뜸인 모습이다. 최근 성적이 추락하고 있는 SK를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마운드에서는 채병룡(34)이 불펜 마당쇠로 변함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답답한 시기가 이어지고 있는 타선에서는 외야수 박재상(34)이 고군분투다.
두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나란히 FA 계약을 맺었다. 다만 두 선수의 성에 차는 계약은 아니었다. 시장에 나갈 것을 고민했던 채병룡은 결국 SK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 순간 3년 10억5000만 원에 잔류를 선언했다. 박재상은 겨울이 추웠다. 시장에 나갔으나 마땅히 계약을 맺지 못하고 다시 SK로 돌아와 2년 5억5000만 원에 도장을 찍었다. 그간 팀 공헌도를 생각하면 두 선수 모두 큰 돈을 챙기지는 못한 셈이 됐다.

그러나 실력은 연봉 순이 아니었다. 오히려 성적이나 효율을 따지면 몇십억 원을 받은 선수들 못지않다. ‘효자 FA’라는 말을 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각자 맡은 보직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며 SK의 숨은 영웅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해 불펜에서 시즌을 시작한 채병룡은 리그 최고의 마당쇠다운 모습을 과시 중이다. 30경기에서 33이닝을 던지며 1승4홀드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이다. 때로는 길게, 때로는 1이닝을 확실하게 끊어주며 SK 불펜 안정화에 가장 큰 공을 세우고 있다. 11일 인천 NC전에서는 선발 김광현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등판, 4이닝 동안 2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분전했다. 팀은 졌지만 어쨌든 채병룡 덕에 다른 투수들을 아낄 수 있었다.
박재상은 좀처럼 답이 보이지 않는 SK 타선에서 그나마 꾸준하게 활약하는 선수다. 58경기에서 타율 2할9푼3리, 4홈런, 23타점을 기록 중이다. 최근에는 테이블세터·중심타선을 가리지 않고 구멍 난 타선을 메우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10일과 11일 NC전에서는 합계 6안타를 치기도 했다. 올 시즌 결승타가 정의윤(8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번에 이를 정도로 영양가도 높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