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현장분석] ‘반쪽 변화’ SK, 불펜 운영 대참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6.12 20: 42

5할 승률이 붕괴되며 하위권 추락 위기에 직면한 SK가 움직였다. 뒤늦은 감은 있었지만 그간 보기 어려웠던 타순 변화는 결과적으로 이틀 연속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불펜 운영은 변하지 않았고 이는 참사로 이어졌다. 반쪽 변화로는 NC의 기세를 막기 쉽지 않았다.
SK는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6회까지 7-1로 앞서고 있었지만 7회와 8회 불펜이 허무하게 무너지며 8-11의 역전패를 당했다. 이로써 SK는 NC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내주며 추락했다. 10일 경기에서도 2-1로 앞선 9회 마무리 박희수가 무너지며 역전패를 당한 SK는 11일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5이닝 7실점으로 부진한 것에 이어 12일에도 역전패를 허용하며 바닥까지 추락했다.
SK는 최근 타선 쪽에 변화가 보였다. 11일 경기에서 김성현을 3번, 박재상을 5번에 넣는 전략으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이름값보다는 최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을 위주로 타선을 짰고, 상대 선발 이재학에게 극히 약했던 간판 최정은 아예 빼버렸다. 충격 요법 덕인지 SK는 ‘천적’ 이재학을 상대로 5회까지 4점을 뽑아내는 등 나름 선전했다.

12일 경기에서도 최정을 시즌 첫 6번 타자로 출전시키는 등 변화를 줬다. 최근 감이 좋은 김민식이 2타점, 2번으로 투입된 김재현이 2타점을 기록하는 등 6회까지 7점을 내며 호조를 보였다. 7-1 리드였다. 남은 3이닝에서 6점의 리드만 지키면 됐다. 전날 채병룡의 4이닝 무실점 희생투로 불펜 전력을 최대한 아낀 SK는 이날 채병룡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이 대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투수 교체 실패가 다 잡은 경기를 날려버렸다. SK는 6회까지 1실점으로 호투한 선발 메릴 켈리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1사 후 김성욱에게 우전안타를 맞았다. 이제 투구수는 100개에 이른 상황이었다. 4일 휴식 후 등판임을 고려하면 교체를 고려할 만했다. 상대는 대타인 좌타자 박민우를 냈다. SK 불펜에는 좌완 이정담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SK는 켈리를 밀어붙였다. 박민우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SK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리고 또 다른 좌타자인 이종욱에게도 볼넷을 내줘 1사 만루에 몰렸다. SK는 그때 켈리를 교체했다. 상대 좌타 라인에 좌완 불펜 한 번 써보지 못했다.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전유수는 지석훈에게 싹쓸이 적시타를 맞는 등 7회에 4실점했다.
아직은 7-5 리드였다. 9회 마무리 박희수가 버티고 있음을 고려하면 8회 불펜 총력전이 가능했다. 그러나 SK는 7회 흔들린 전유수를 밀어붙였고 전유수가 이호준 박석민 손시헌에게 연속 3안타를 맞을 때까지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국 1점을 내주고 무사 2,3루에서 박정배를 올렸으나 박정배가 김성욱에게 좌월 3점 홈런을 얻어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박정배는 1사 후 이종욱에게 우익수 옆 2루타를 맞았고 2사 후에는 나성범에게 적시 2루타를 맞았다. 역시 좌타 라인임에도 좌완 불펜을 써보지 않았다. 결국 좌타자인 테임즈 김종호에 앞서 사이드암인 김주한을 올렸다가 또 1점을 내주고 말았다. 상대 전적에 대한 데이터가 있다고는 하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교체였다.
SK는 올 시즌 불펜 전력에 대한 편중이 심하다. 나가는 선수들은 매일 나가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크게 지는 경기에서야 간혹 얼굴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집중적으로 나가는 선수들의 체력은 떨어지고,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의 경기 감각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의 성적은 차치하고, 선수도 크지 못한다.
또한 이는 “감독이 신뢰하는 불펜 투수들은 따로 있다”, “다른 불펜 선수들은 믿지 못한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도,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경기를 지켜보는 야수들이 무슨 생각을 할지도 불 보듯 뻔하다. SK가 1패 이상의 큰 데미지를 안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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