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정치적 중립' 수원FC-염태영, '축구는 축구'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6.06.13 05: 39

올 시즌 K리그 클래식은 이른바 '메이어 더비'로 큰 관심을 끌었다. '깃발더비'라고도 불렸던 이 경기는 K리그 클래식의 시민구단인 성남FC와 수원FC가 맞대결을 펼치면서 생긴 별명이었다.
성남FC의 구단주인 이재명 성남 시장이 수원FC를 이끄는 염태영 수원 시장에게 제의를 하면서 생긴 특별한 경기였다. 지난 3월 19일 열린 경기에는 12825명이 경기장을 찾아 만원이었다. 또 이재명 시장은 열두번째 선수라며 12번의 등번호를 달았고 염 시장은 수원 인구 130만 명 돌파를 기념하기 위해 130번을 달고 경기를 지켜봤다.
결과는 1-1이었다. 그러나 최근 양팀의 분위기는 완전히 다르다. 일단 성적에서 성남은 K리그 상위권에 올라있다. 반면 수원FC는 하위권에서 머물고 있다. 반전을 만들고 싶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구단을 이끄는 구단주들의 행보는 조금 다르다. 일단 그동안 프로축구에 신선함을 안겼던 이재명 시장은 정치를 축구장으로 끌여 들였다.
지난달 28일 성남탄천운동장에는 '성남 FC는 이제 축구 못합니까? PLZ SAVE SFC!'라는 큰 걸개를 내걸었다. 경기장 정면에 걸어 중계화면에도 잡힐 수 있었다.
또 디지털 A 보드에는 '성남FC는 축구 못합니다. 성남FC는 선수 보강 못합니다. 성남FC는 경기장 환경 개선 못합니다'라는 문구를 경기 내내 노출시켰다.
이유는 분명하다.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에 대한 반대활동이다. 지방재정개편으로 인한 부담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성남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쳤다. 성남시는 구단 존폐가 걸려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입장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도 구단의 뜻에 동참했다. 성남FC 선수단은 팬 등과 함께 지방재정개편안 철회를 요구하는 설명회를 가지기도 했고 주장인 김두현은 선수단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선수들도 당연히 참가하는 것이다.
현재 이재명 시장은 정치적 역할이 아닌 생존권을 위해 '단식투쟁'을 벌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들은 행사 뿐만 아니라 이 시장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성남시보다 더 많은 금액의 출혈이 예고되는 수원시는 축구단에 생존권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상황을 냉철히 판단하고 안타까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용히 노력하고 있다.
성남시에 비해 2배 가까운 금액의 손실이 생기는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이 직접 조용히 나서고 있다. 올 시즌 초반을 제외하고 부진했던 팀을 살리기 위해 선수 영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부담이 커진 상태다. 완전히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예산에 비해서는 많이 줄였다.
무리한 선수 영입이 아니라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워낙 큰 금액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수원FC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선수들을 찾고있다.
그러나 염태영 시장은 일단 시의 가장 중요한 일에 뛰어 들고 있다. 직접적으로 투쟁을 벌이는 이재명 시장과는 다른 역할을 맡은 염 시장은 12일 FC 서울과 경기도 조용하게 다녀갔다. 팀 구성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알리지 않았다.
수원FC를 직접 운영하는 염태영 시장 입장에서는 축구단을 이용할 이유와 명분도 충분했다. 그러나 정치적인 중립은 분명하게 지키겠다는 생각에 축구단이 이번 일에 대해 관여하는 것은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이재명 시장과 성남시의 움직임은 분명 정치적인 입장이라고 오해를 사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 등은 정치적 입장이 개입되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중이다. 심지어 FIFA는 유니폼 안에 착용하는 속에서 어떠한 문구가 새겨져 있어도 징계를 받는다. 정치가 아니라 사랑의 메세지라도 문제가 되는 것이 현실.
이처럼 스포츠에 정치적 개입은 분명하게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스포츠의 정치적 관여 및 개입은 스포츠의 본질과 가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12일 전북과의 경기서 성남 구단은 제대로 된 운영을 펼치지 못했다. 경기장에 마련된 주차장에서 소란이 일어났지만 성남 구단은 관심이 크게 없었다. 또 규정을 어기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이들이 있었지만 구단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시 재정에 부담이 되는 가운데 축구단을 운영하려면 작은 구단을 만들면 된다. 심지어 축구단은 성남시에서 독립된 법인이다. 수원FC와 수원시와는 다르다. 이재명 시장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만 작은 것부터 정치적 개입과 함께 구단의 작은 살림조차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논란은 해소될 수 없다. / 10bird@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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