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에 빠진 SK가 첫 번째 승부수를 꺼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일단 외국인 선수 하나를 바꾸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외국인 타자 두 명을 쓰는 특급 강수를 쓰느냐다. 아직까지는 구단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선택의 시간은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SK는 현재 외국인 투수인 좌완 크리스 세든(33)이 2군에 내려가 있다. 2013년 다승왕 출신으로, 지난해 중반 부상을 당한 트래비스 밴와트를 대신해 다시 SK 유니폼을 입은 세든은 막판 분전으로 재계약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이후 극심한 부진을 보였고 급기야 2군으로 내려갔다. 세든의 5월 이후 성적은 7경기에서 2승4패 평균자책점 7.76이다.
아직 퇴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구단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새 외국인 후보를 찾기 위한 발걸음이 시작됐다. 구단의 일을 돕는 현지 에이전트가 새 후보자 리스트를 꾸린 지는 좀 됐다. 이제는 실무자가 파견됐고 좀 더 구체적으로 후보자들을 지켜볼 계획이다. 다만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투수를 뽑느냐, 아니면 타자를 뽑느냐에 대한 결정이다.

외인 타자 2명, 승부수 가능성
투·타 모두에서 힘겨운 모습을 보이며 성적이 미끄러지고 있는 SK다. 때문에 어느 쪽이 더 급하느냐에 대한 생각은 조금 다를 수 있다. 무엇을 선택해도 향후 고민이 남는 부분은 분명히 있다. 투수를 뽑으면 시즌 내내 침체를 이어가고 있는 타선에 보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반대로 타자를 뽑자니 장기 레이스를 치르는 데 가장 중요한 선발 로테이션이 불안해진다. 뭘 선택하든 뒷말이 나온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만한 득실 계산을 잘해야 할 때가 왔다.
이에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구단에서는 야수보다는 투수 자원 쪽에 좀 더 여유가 있다고 보고 있다. 특급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최근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윤희상, 그리고 가능성을 내비친 문승원을 동시에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시키고 상황에 따라 젊은 투수들을 바꿔가며 쓰면 그럭저럭 로테이션 운영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오히려 1~3선발이 등판했을 때 승률을 높이는 것이 5할 승부를 할 수 있는 지름길로 보고 있다.
실제 SK는 김광현이 출격했을 때 6승7패에 머물고 있다. 1~2승만 더 했어도 지금 순위는 아닐 수 있다. 어차피 SK의 전력이 긴 연승을 이뤄낼 만큼 강하지 않다는 건 구단도 인정한다. 결국 5할을 목표로 두고 버티며 마지막을 도모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경기는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타선이 치지 못하니 매 경기 접전이 이어지고 있고, 불펜 투수들도 그런 상황에서 지치고 있다는 분석 또한 일리가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잡을 경기는 타선 강화로 좀 더 수월하게 잡고, 버릴 경기는 신예들에게 경험을 주면서 현명하게 후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만 대승이 나올 수 있다면 필승조 부하도 줄일 수 있고 연승 발판도 마련된다. 불안한 4·5선발은 오히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젊은 투수들에게 경험을 주는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현장은 투수 선호… SK의 결론은?
다만 현장 쪽에서는 투수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읽힌다. 타선이야 이미 바닥을 쳤다. 앞으로는 점차적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으니 한 경기를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선발을 영입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불펜도 최근 힘겨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측면에서 선발들의 몫은 앞으로 계속 늘어갈 수밖에 없다. 현장은 아무래도 파격적인 선택보다는 보수적인 운영을 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다. 지금처럼 성적이 떨어진 상황이라면 더 그렇다.
여기에 현재 규정상 켈리가 선발로 나설 때는 타자 둘 중 한 명만 나서야 한다는 근본적인 한계도 있다. 또한 적응은 타자보다 투수가 훨씬 더 빠른 것도 사실이다. 보통 타자들은 보름에서 한 달 정도의 적응기를 가지는데 이 기간을 지켜볼 인내도 있어야 한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투수를 뽑는 것이 덜 위험한 선택임은 분명하다. 현장도 여기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외국인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한화의 후반기 버팀목이었던 에스밀 로저스와 같은 선수가 있다면 그것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에이스급 선발의 가치는 웬만한 타자를 압도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은 6월 중순이다. 그만한 선수들은 아직 MLB에 대한 미련을 가지고 있는 시기다. 현직 선수들을 영입할 경우 거액의 이적료까지 지급해야 한다. 한화는 지난해 로저스의 연봉에 이적료까지 경기당 10만 달러 이상의 금액을 투자했다.
에이스급보다 1루나 외야를 구하기는 쉽지만 타자도 어정쩡한 선수는 안 된다. 이왕이면 확실한 선수로 데려와야 한다. 이런 사정에 SK는 아직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장도 이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하고 있다. 일단 투수와 야수 모두를 보고 있다”라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구단은 양쪽 모두 후보를 추천하고, 결정은 현장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화가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현지 외국인 수급 사정이 썩 좋지 않아 다소간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 사이 변화하는 팀 전력과 분위기도 변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