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야수 김재현(29)은 빠른 발로 잘 알려진 선수다. 전체적으로 그다지 눈에 띄는 통산 성적은 아니지만 꽤 높은 인지도를 가질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런 김재현은 올 시즌 타격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13일까지 19경기에서 타율 3할4푼5리를 기록했다. 물론 규정타석에는 한참 미달되는 상황서 세운 기록이지만, 프로 데뷔 후 타격에서 이렇게 두각을 드러낸 적은 별로 없었다. 최근에는 팀의 테이블세터로 출전하는 등 주전 출장의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리그에서 가장 빠른 선수 중 하나로 각광받았지만 지금까지는 활용성이 극대화되지 못했다. 타격에서 벤치에 믿음을 주는 선수는 아니었다. 지금까지 2012년에 89타수를 소화한 것이 가장 많은 기회였다. 그러다보니 아무리 열심히 배트를 휘둘러도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았다. 그 기회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방망이에 힘이 들어갔고 좋은 타격을 보여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올 시즌 초반도 비슷한 흐름이었다. 2군에 있는 시간이 길었다.

하지만 한 차례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2군을 오가던 김재현은 2군 27경기에서 타율 3할5푼7리, 1홈런, 9타점, 18도루를 기록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2군에서 타격이 호조를 보이자 외야수들의 타격 부진으로 고민을 가졌던 SK는 5월 22일 광주 KIA전에 김재현을 선발 출전시켰다. 그리고 김재현은 이 경기에서 데뷔 첫 홈런포를 비롯해 멀티히트를 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 홈런은 김재현의 활용성이 다양화되는 밑거름이 됐다. 최근에도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며 1군 자리를 굳히고 있다. 6월 한 달 동안 4할2푼1리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통산 멀티히트 경기가 세 차례밖에 없었던 김재현은 올 시즌 벌써 3번의 멀티히트 경기를 만들었고 지난 주말 NC와의 3연전에는 두 차례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쳤다. 어쩌면 처음으로 '2군행'에 대한 걱정에서 조금은 자유로운 채 시즌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회를 주면 제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셈이 됐다. 타격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김재현으로는 사실상 데뷔 이후 처음으로 찾아온 주전 도약의 기회일 수도 있다. 지난겨울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의 2차 캠프에 참가하지 못해 나름대로 충격이 컸던 김재현이기에 더 소중한 기회다. 일단 위기를 딛고 일어설 발판은 마련했다.
김재현도 기회의 소중함을 말한다. 김재현은 “4년 만에 찾아온 기회다. 이제 나에게 주어진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번 기회는 놓치고 싶지 않다”라고 힘줘 말했다. 이제 더 이상 젊은 선수가 아닌 만큼 이번 기회를 살리지 못하면 안 된다는 절박함이 있다. 김재현은 “팀에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임무를 맡기든 내가 해낼 수 있도록 항상 묵묵히 준비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형적인 단거리 타자였던 김재현은 올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비중을 뒀다. 누구보다 성실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했고 방망이 무게까지 늘려 타구의 힘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작은 체구지만 올 시즌 29타수에서 홈런 하나, 3루타 2개를 쳐 장타율이 0.586, OPS(출루율+장타율)는 1.010에 이른다. 김재현이 침체에 빠진 SK 외야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