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지완(31, KIA 타이거즈)이 자신을 1번타자로 기용한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하지만 두산 베어스의 화력이 더 강했다.
나지완은 1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벌어진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의 경기에 1번타자(지명타자)로 기용됐다. 그가 1번으로 나선 것은 지난해 6월 10일 광주 넥센전 이후 처음이며, 통산 2번째일 정도로 생소한 일.
하지만 이는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 전 그를 1번으로 선발 투입한 이유에 대해 “나지완이 팀에서 출루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전까지 나지완의 시즌 출루율은 4할4푼1리였고, 삼진(34개)보다 볼넷(36개)이 더 많았다.

나지완은 첫 타석부터 기대에 부응했다. 유희관을 상대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그는 2루를 맞고 튀는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이 이닝에 후속타가 터지며 2득점한 KIA는 줄곧 리드하며 경기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가장 압도적인 활약은 6회말에 나왔다. 팀이 4-2로 추격당하던 6회말 2사에 나온 나지완은 다시 유희관과 맞섰다. 그리고 외야 우중간에 떨어지는 타구를 날렸다. 2루에서 멈출 것 같던 나지완은 3루까지 달렸고, 2루수 오재원의 3루 송구가 길어 뒤로 빠지는 사이 홈까지 밟았다. 기록은 3루타였다.
그는 팀이 6-4로 앞서던 8회말 2사 1루에 나와 볼넷을 골랐다. 그가 타석에 있는 사이 1루 주자 고영우는 도루에 이은 2루수 오재원의 실책으로 3루까지 가 나지완의 볼넷 때 상황은 1, 3루로 변했다. 8회말 득점은 없었으나 KIA는 마지막까지 두산 마운드를 괴롭했다.
김 감독의 판단은 옳았다. 팀 내에서 가장 출루 능력이 있는 나지완을 1번으로 전진 배치해 중심타선 앞에 찬스를 최대한 제공하겠다는 생각이 첫 이닝부터 적중했다. 빠른 발은 없지만 1루를 자주 밟은 것만으로도 1번으로서 제 몫을 해내기엔 충분했다.
하지만 두산 중심타선의 화력이 김 감독의 지략, 그리고 나지완의 활약을 덮었다. 이미 한 차례 홈런을 터뜨렸던 김재환은 9회초 우중간 펜스를 넘기는 역전 3점홈런으로 역전시켰고, 에반스는 연타석 홈런이자 백투백 홈런으로 더 여유 있는 리드를 안겼다. 두 타자의 멀티홈런을 앞세운 두산은 화요일 11연승으로 이 부문 KBO리그 최다 기록을 세웠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