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일-양의지 공백 메우는 맹타
달라진 비결은 편안한 마음가짐
김재환(28)-닉 에반스(30, 이상 두산 베어스) 듀오가 중심타자 둘이 빠진 팀 타선을 빈틈없이 채워주고 있다.

두산은 지난 14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있었던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8-6으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9회초 역전 결승 3점포를 쏘아 올린 4번 김재환은 홈런 2개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을 올렸고, 그 뒤인 5번에 배치된 에반스도 멀티홈런을 앞세워 5타수 4안타 2타점을 수확했다.
중심타선에 있어야 할 좌타자 오재일과 우타자 양의지가 빠진 상황이지만, 김재환과 에반스가 그 몫을 충분히 해줬다. 4번 오재일 자리에 같은 좌타자 김재환, 5번 자리에 양의지와 같은 우타자인 에반스가 들어와 공백을 100% 메웠다. 오재일, 양의지가 빠진 뒤 두 타자는 상대 선발 유형에 따라 번갈아 4번타자로 들어오고 있고,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번 시즌 김재환의 페이스는 놀랍다. 4월 초부터 1군에 있지는 않았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작은 기회를 놓치지 않은 그는 어느새 4번으로 자리를 잡았고, 팀이 치른 61경기 중 10경기를 제외한 51경기에 나왔지만 홈런 19개로 에릭 테임즈(NC 다이노스)와 함께 이 부문 공동 선두다. 타점은 경기 수보다 많은 54개(리그 공동 3위). 타율도 꾸준히 높게 유지해 3할5푼6리다.
에반스는 퓨처스리그에 다녀온 뒤 달라졌다. 4월 18경기에서 타율 1할6푼4리, 1홈런 5타점으로 부진해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먼저 퇴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천에서 시간을 보내고 온 후 33경기에서 타율 3할9푼5리, 11홈런 31타점으로 펄펄 날고 있다. 3경기 당 홈런 1개꼴이다. 시즌 기록도 타율 3할1푼7리, 12홈런 36타점으로 향상됐다.
승부를 가르는 한 방도 이들의 손에서 많이 나왔다.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투수들을 가만히 두지 않은 김재환은 벌써 결승타가 8개나 있는데, 결승 홈런만 14일 경기를 포함해 총 6개나 된다. 에반스도 결승타가 4개 있다. 그 중 홈런포는 2개였다.
두 거포를 바꾼 것은 편한 마음가짐이다. 김재환은 14일 경기가 끝난 뒤 “찬스에서 감독님과 코치님이 편하게 대해주시고, 자신감을 갖고 치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주눅 들지 않고 긴장하기보다 편하게 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이 그를 자유롭게 했다.
에반스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군은 전쟁터에 비유할 수 있지만, 퓨처스리그에서는 편하게 연습한 것이 지금의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은 전쟁터로 돌아와 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평온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내며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일부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에반스는 경기 전 조용히 자신만의 준비를 한다. 너무 조용한 모습에 걱정하는 시선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사라졌다. /nick@osen.co.kr